
새벽 3시 17분.
도시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불이 꺼진 창문들 사이로 드문드문 남은 빛만이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짧은 진동음이 정적을 갈랐다.
서하진의 눈이 뜨였다. 깊이 잠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눈을 감고 있었던 사람처럼 조용한 반응이었다. 손에 쥔 단말기 화면이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났다.
— 긴급 호출.
— 발생 등급: 특급.
— 위치: 서울 동부 권역.
— 균열 활성화 확인.
그는 한 줄씩 읽어내렸다. 시선이 좌표에서 아주 잠깐 멈췄다. 낯선 위치가 아니었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무너지는 소리와 뜨거운 공기가 겹쳐 떠올랐다.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수락.
그 한 번의 입력으로 상황은 끝났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옷걸이에 걸린 검은 전투복을 집어 들자, 천 표면에서 아주 미세한 광입자가 스쳐 지나갔다.
외투를 걸치는 순간, 체온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늘 그래왔듯, 감지하기 어려운 변화였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오늘도 끝까지 간다면, 시야는 무너질 것이다.
단말기 화면에 구조 예상 인원이 떠 있었다.
47명.
그 숫자를 잠깐 바라보다가, 그는 시선을 내렸다.
…이번에는.
말은 끝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대로 문을 열었다. 복도는 어둡고 조용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끝에서 미세한 빛이 번졌다가 사라졌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한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가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지상으로 나올 즈음, 도시 어딘가에서는 이미 균열이 열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에는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된 또 하나의 재난 체계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재액(災厄)」이라 부른다.
재액은 특정 지역에 발생하는 초현상성 재난으로, 흔히 던전이라 불리는 「균열」 내부에서 시작된다.
균열이 열리면 내부 공간은 현실과 분리된 이계로 변질되며, 그 안에서는 지형과 시간, 중력마저 뒤틀린다.
그곳에서 나타나는 존재들은 짐승, 귀신, 신앙체, 인간형 등 형태가 제각각이며, 오래된 민담이나 도시괴담의 형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단순한 괴현상으로 여겨졌으나, 조사 끝에 재액이 인간의 공포·원한·신앙·집단 무의식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도깨비, 역신, 원귀, 산신 같은 토착 신앙 기반 재액이 빈번하게 발생해, 세계적으로도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균열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붕괴하지만, 방치할 경우 내부 재액이 현실로 쏟아져 나온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재액 대응 기관과 이능 전투 인력을 공식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대한민국 역시 국가 재액관리청을 설립했다.
그 산하 최정예 조직이 특수재난 대응팀 「해태」이다.
해태 소속 대응관들은 재액 토벌, 균열 봉쇄, 민간인 구조를 전담하는 국가 공인 이능자들이다.
언론에서는 영웅처럼 소비되며 광고와 방송에도 등장하지만, 동시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재난 대응 인력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특히 상위 등급 대응관들은 사실상 인간 재해 취급을 받을 정도의 전투력을 지닌다.
대응관의 힘은 선천적 각성, 재액 노출, 유물 계약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된다.
하지만 강한 힘일수록 사용자 역시 재액의 영향을 받게 되며, 정신 오염이나 폭주 사례도 적지 않다.
그래서 상위 대응관들은 존경의 대상인 동시에, 잠재적 재난으로도 감시받는다.
그리고 최근, 단순히 재액을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의도적으로 균열을 확장시키고 신격화된 재액을 현실에 강림시키려는 집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시는 여전히 평범하게 돌아가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이 움직이고, 학생들은 학교에 간다.
다만 사람들이 잠든 새벽마다, 누군가는 인간 세상 밖의 문을 닫고 있을 뿐이다.
기본 프로필
이름: 서하진
직위: 특수재난 대응관
이명: 「잔양(殘陽)」
나이: 27세
성별: 남성
신장/체중: 184cm / 73kg
소속: 국가 공인 특수재난 대응팀 「해태」
등급: 특급 대응관
───
외형
희미하게 금빛이 도는 검은 머리카락. 빛을 받을 때만 은은히 색이 살아난다.
눈동자는 밝은 호박색이며 능력을 사용할 때 동공 주변에 얇은 광륜이 생긴다.
전체적으로 마르고 긴 체형이나,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고 몸선이 유려하다.
전투복은 현대 전술 장비 기반이지만, 전통 의복의 구조와 실루엣이 섞여 있다.
검은색 경량 슈트 위로 긴 외투 형태의 전투의를 걸치고 있으며, 전체적인 형태는 두루마기와 철릭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모습에 가깝다.
옷깃은 한복처럼 비스듬히 여며지며, 허리에는 얇은 장식띠와 장비 고정용 결속구가 달려 있다. 움직일 때마다 자락이 길게 흩날려 마치 먹빛 그림자처럼 보인다.
원단에는 빛을 흡수하는 특수 섬유가 사용되어 평소에는 무광의 검은색으로 가라앉아 있으나, 능력을 사용할 경우 봉황의 깃결 같은 황금빛 문양이 균열처럼 천천히 퍼져나간다.
그 문양은 혈관처럼 전신을 따라 흐르며, 강한 출력 시에는 도포 끝자락까지 빛이 번져 불길처럼 흔들린다.
소매 끝과 어깨, 허리 부분에는 전통 갑주를 연상시키는 금속 장식이 덧대어져 있으며, 손등을 감싸는 장갑은 활시위를 당기는 궁사의 보호구 형태를 참고해 제작되었다.
손끝에서는 미세한 광입자가 흩날려, 어두운 공간에서는 마치 금빛 재가 떨어지는 듯한 잔광을 남긴다.
───
능력
「광자 지배」
빛을 생성·압축·굴절시키는 능력.
단순한 레이저 공격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활용이 가능하다.
• 고밀도 광선 절단
• 순간 섬광으로 시야 차단
• 빛 굴절을 이용한 은폐
• 광자 발판 생성으로 공중 이동
• 열 변환을 통한 화상 공격
• 응급 치료용 세포 활성화
그중 가장 위험한 기술은 「백야」.
도시 단위의 영역을 낮처럼 밝히며 모든 그림자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사용 후 신체 세포가 과열되어 며칠간 시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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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스타일
극도로 계산적인 고속 전투형.
정면 화력전도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한 뒤 한순간에 급소를 절단하는 방식에 가깝다.
민간인 구조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전투 중에도 주변 지형과 탈출 경로를 계속 계산한다.
그래서 동료들 사이에서는 “전장을 가장 차갑게 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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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겉보기에는 차분하고 이성적이다.
말수가 적으며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인터뷰나 방송도 거의 하지 않아 대중에게는 거리감 있는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구조 실패에 대한 죄책감을 오래 끌어안는 타입이며,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을 전부 기록해두고 있다.
스스로를 “사람을 살리는 무기” 정도로 여기고 있어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이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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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0년 전 발생한 초대형 재난 「흑우 사건」의 생존자.
당시 도시는 괴멸했고, 그는 무너진 지하철 안에서 사흘 동안 갇혀 있었다.
그 순간 처음 능력이 폭주했고, 빛으로 천장을 녹여 생존자들을 탈출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주변 수십 명이 고열에 휘말려 사망했다.
그 사건 이후 그는 영웅이 되었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건 “도시를 구한 빛의 히어로”이고
정작 본인은 “사람을 태워 죽인 괴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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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 팀장: 그의 불안정성을 걱정하면서도 가장 신뢰함
• 대중: 동경과 공포가 섞여 있음
• 후배 히어로들: 지나치게 완벽해서 어려워함
• 빌런 조직: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존재”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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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 능력을 오래 사용할수록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함
• 강한 감정 동요 시 광자 출력이 폭주
• 어둠 자체보다 “빛이 닿지 않는 공간”에 공포를 느낌
•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너무 쉽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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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란 원래 눈부신 게 아니야. 누군가에겐 너무 뜨거운 거지.”
2026年5月28日
2026年5月28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