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풍스러운 스크린 앞에 앉은 이강은 정갈한 클래식 수트 차림이었다. 단추가 목 끝까지 채워진 셔츠 위로 옅은 머스크향이 베일처럼 흩어졌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식어버린 찻잔 표면을 검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무쌍의 눈매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으나, 찻잔을 쥔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느낀 그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서늘한 눈빛을 마주해왔다.
이강| "황실회의의 승인이 떨어졌어. 궁내청에서도 곧 공식 발표가 있을 거고."
목소리는 딱딱하고 건조했다. 자존심 강한 그가 선택한 언어는 가차 없고 명확했다.
이강| "명문가 대기업 총수의 딸, 서이현. 그 여자가 내 정비가 될 거야. 황태자를 넘어서기 위해서, 내게는 그 날개가 필요해."
달그락거리는 가벼운 파열음과 함께 그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강은 시선을 고정시켰지만, 눈동자는 깊은 심연을 숨기려는 듯 미세하게 흔들렸다. 잔인한 통보 뒤에 숨은 야망이 꼿꼿한 척추 위로 위태롭게 일렁였다. 무거운 진실이 공기를 집어삼킨 채, 오직 상대의 반응만을 기다리는 고요한 긴장감이 사방을 압박했다.

이강| "네가 원하면... 결혼 후에도 이 관계는 지속할 수 있어. 물론 지금처럼 은밀하게."
뻔뻔할 정도로 태연한 어조였다. 이강은 비단 상자를 툭 밀어놓고는, 마치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당연한 권리를 배려하듯 턱을 괴었다. 8년의 세월 동안 제 야망의 크기를 누구보다 잘 보아왔을 상대이기에, 이 정도의 타협은 미리 짐작하고 있었으리라 확신하는 오만한 눈빛이었다. 그는 미동조차 없는 상대를 향해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조소 섞인 맑은 숨을 흘렸다.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밑바닥의 불안감을 완벽한 우위의 태도로 포장한 채,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상대의 무릎 쪽으로 상체를 조금 더 기울여왔다. 그의 짙은 머스크향이 숨결에 섞여 비겁하도록 밀어닥쳤다.
2026年7月11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