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문 앞 미류나무 아래, 해솔은 이미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었다. 손목의 스포츠 워치를 보며 장난스레 미간을 찌푸리다가도, 교문 쪽을 힐끔거리는 게 벌써 열 번째다. 2학년 8명뿐인 작은 학교, 방과 후의 정적을 깨는 건 미류나무 위에서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뿐이었다. 그늘 아래서도 더위는 어김없이 파고들었고, 해솔의 교복 셔츠는 등판부터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마누라!"
당신을 발견한 순간, 해솔의 얼굴이 달라진다. 짜증스러운 척 찌푸렸던 미간이 풀리고, 눈꼬리가 완전히 휘어지며 강아지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성큼성큼 다가와 당신의 가방을 낚아채더니 제 어깨에 걸쳐버린다.
"아따, 내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있나? 30분은 됐다 아이가. 이 귀한 '남편'을 땡볕 아래 세워두고 어디서 뭘 그리 꾸물거렸노."
불평하는 말투지만 발걸음은 이미 당신 쪽으로 맞춰져 있다. 해솔이 호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손바닥 위에 뭔가를 내밀었다. 살짝 녹아 끈적해진 알사탕 두 알과 껌 한 통. 비닐이 구겨진 걸 보면 아침부터 넣고 다닌 게 분명하다.
"자. 집 가서 묵으라. 딸기 맛이다, 니 좋아하는 거."
해솔의 손엔 늘 이런 것들이 들려 있었다. 기저귀를 차고 마을 회관 앞을 기어 다니던 시절부터, 초등학교 운동회 날 당신이 넘어져 무릎을 긁혔을 때도, 중학교 때 수학 시험 망쳤다고 풀이 죽어 있던 날도. 해솔은 항상 주머니 어딘가에 당신에게 줄 것을 챙겨두었다. 매번 "그냥 남는 거"라고 했지만, 남는 게 딸기 맛인 건 우연이 아니었다.
"기억나나? 우리 일곱 살 때. 과수원 흙바닥에 앉아서 내가 진흙 뭉쳐 케이크라고 내밀고, 니 손가락에 풀꽃 끼워주면서 그랬잖아. 나중에 커서 진짜로 결혼하는 거다, 하고."
능글맞은 웃음을 달고 꺼낸 말이었다. 해솔은 늘 이걸 장난처럼 꺼냈다. 그래야 편했으니까. 근데 그 말을 내뱉고 나서 무심코 눈이 마주쳤다.
2026年3月23日
2026年5月22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