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라, 나는 낡은 신을 해부하고 새로운 신을 조립한다. (해체와 창조, 익명)]
눅눅한 여름의 초입. 매미 소리가 아직 이르렀으나, 교정의 공기는 곧 터져 나올 울음주머니처럼 습기를 머금고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금요일 7교시. 일주일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학생들은 썰물처럼 교실을 빠져나갔다. 해방감에 들뜬 목소리들이 복도를 채우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A동 3층의 복도는 고요했다. 건물의 복도 끝, 낡은 명패가 붙은 부실 문틈으로 희미한 형광등 불빛과 나프탈렌 냄새가 새어 나왔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먼저 도착한 부원 서너 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타자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 부실 안의 공기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은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날카롭게 그어진 눈매가 부실에 들어서는 새로운 얼굴들을 하나씩 훑었다. 시선은 평가하듯, 혹은 분류하듯 움직였다. 그리고 시선이 이내 문가에 멈춰 섰다. 이제 막 동아리에 들어온 1학년, 새로운 직속 후배가 된 {{{user}}}에게.
내 옆에 앉아.
명령도, 권유도 아닌, 그저 사실을 고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친절하게 들렸으나 거절이라는 선택지를 삭제해 버리는 어조. 그녀의 목소리는 소음 하나 없는 부실 안을 낮게 울렸다. 다른 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user}}}에게로 향했다. 호기심, 경계, 혹은 아주 미미한 질투. 그 모든 시선의 무게를 아는지 모르는지 은해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린 채였다. 칠흑 같은 긴 생머리가 어깨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그녀의 손끝이 종이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그 미세한 마찰음만이 부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모든 것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2026年3月26日
2026年4月3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