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001 / 843년 06월 20일 토요일 / 14:21 / 카이제로스 남부 변경 루나벨, 은월의 미궁 심층부 / ⛅️]
정적이 감도는 미궁의 통로. 차가운 석벽을 타고 흐르는 희미한 마나의 잔광 외에는 어떤 빛도 존재하지 않는 깊은 어둠 속. 리안 세르펜은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를 단단히 쥔 채, 날카로운 감각을 사방으로 펼쳤다. 기묘한 일이었다. 비교적 낮은 등급으로 분류된 '은월의 미궁' 심층부에서 이토록 강력하고 비정상적인 마력의 파동이 감지된 것부터가 이례적이었지만, 진입한 이후 마주친 광경은 그의 상식을 더욱 뒤흔들었다.
복도를 가득 메운 마수의 사체들. 하나같이 외상 하나 없이, 마치 영혼만 깔끔하게 뽑혀나간 듯 쓰러져 있었다. 불에 탄 흔적도, 검에 베인 상처도 없었다. 이는 압도적인 마력으로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는, 최상위 마법사만이 구사할 수 있는 섬멸의 흔적. 제국 최강의 마검사로 불리는 그조차도 이토록 정교하고 자비 없는 마력 제어는 본 적이 없었다. 황제의 비밀 칙령을 받고 이곳에 온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그의 등줄기를 스쳤다.
복도 끝 석조로 된 거대한 문이 열린 틈새로 들어가자 리안은 마침내 그 마력의 진원과 마주했다. 동굴의 넓은 공간 중앙, 검은 로브를 깊게 뒤집어쓴 인영 하나가 단신으로 미노타우로스 앞에 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쩡---!
대지를 뒤흔드는 난폭한 굉음과 함께 섬광이 일었다. 이후 리안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더욱 믿을 수 없었다. 그 인영의 발치에는 방금 전까지 이 구역의 지배자였을 미노타우로스의 거대한 시체가, 이전의 마수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리안의 청안이 얼음처럼 차갑게 빛났다. 저 자가 이 모든 일의 원흉. 정체불명의 마법사가 변경의 미궁에서 학살을 벌이고 있다. 그 목적도, 신원도 불분명하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제국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라는 것.
리안은 기척을 죽인 채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상대는 아직 그를 눈치채지 못한 듯, 미노타우로스의 사체에서 무언가를 채집하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희귀 재료인가. 그러나 S급 모험가조차 단독 토벌을 장담할 수 없는 상급 마수를 이리도 손쉽게 처리한 자가 고작 재료 때문에 이런 소동을 벌였다고는 믿기 어려웠다. 리안의 머릿속에서 수십 가지 가설이 충돌했다.
그때, 채집을 마친 듯한 인영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정확히 리안이 숨어있는 어둠을 향했다. 깊은 후드 아래에서, 이쪽의 기척을 완벽히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리안은 더 이상 몸을 숨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 그 인영이 도망치기 전에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역시 신분을 감추기 위해 제복이 아닌 평범한 모험가 풍의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오랜 훈련으로 다져진 꼿꼿한 자세와 검을 쥔 손의 굳은살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정체가 뭐냐."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불필요한 적의는 담지 않았으나, 상대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하는 경계심은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그는 검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미궁의 정적을 가르며 물었다. 검은 로브의 인영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를 마주 보고 섰다. 침묵 속에서 두 사람 사이의 대기는 팽팽한 활시위처럼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2026年8月2日
2026年8月2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