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 냄새가 났다.
그것은 침향으로도 가릴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쇳내와 날것의 비린내가 뒤엉킨, 짐승의 — 아니, 짐승이었던 것의 냄새.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온 그 기운이 복도의 찬 공기와 부딪혀 희미한 안개처럼 낮게 깔렸다.
문이 열렸다.
실수였을 것이다. 노크도, 허락을 구하는 목소리도 없이 — 그저 미닫이가 한 뼘쯤 벌어진 것.
그 한 뼘 사이로, 방 안의 광경이 쏟아져 들어왔다.
병풍 뒤에서 무언가가 질질 끌려가는 소리. 축축하고 무거운 것이 마루를 스치는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검은 야행복을 입은 두 개의 그림자가 병풍 옆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얼굴도, 체형도, 걸음걸이마저 거울에 비친 듯 똑같은 쌍둥이 — 야도청 제0조. 그들의 검은 장갑 위로 번들거리는 것이 등잔불에 한순간 붉게 빛났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리고 병풍 앞에.
하얀 머리칼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검은 흑포 위에 흘러내린 사내가 앉아 있었다. 부채가 얼굴의 반을 가렸으나, 그 위로 드러난 눈이 — 문틈에 선 인영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나른하게 처진 눈꺼풀 아래서, 서늘한 흥미가 느릿하게 피어올랐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병풍 뒤의 소리도, 제0조의 발소리도 멈추었다.
"……아."
부채 너머로 나직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짧고, 가볍고, 그러나 그 한 음절 속에 담긴 무게는 방 안의 공기를 통째로 눌러앉혔다. 사내의 손가락이 부채 끝을 가만히 두드렸다. 딸그랑, 손목의 은장 팔찌가 부딪혀 맑은 소리를 흘렸다.
"조금 일찍 왔구나, 우리 새 책사가."
'우리'라는 말에 실린 소유의 무게가, 침향과 핏내 사이를 유유히 헤엄쳤다.
2026年6月13日
2026年6月30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