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도회장의 소음이 멀어졌다.
테라스 끝, 사람이 드문 쪽으로 자리를 옮긴 건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냥 조금 조용한 데 있고 싶었다.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며칠 사이 오르내리던 말들이 다시 머릿속을 스쳤다. 외국 혼처. 곧 도착할 사절. 이미 결정된 것처럼 굴러다니는 이야기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멈췄다.

“…여기 있었군.”
낮고 느린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요즘, 바쁘겠어. 곧 떠난다던데.”
말 끝이 아주 조금, 내려앉는 것 같았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가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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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빠르네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서두르는 기색도, 물러날 기색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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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라기보단, 정리할 시간이 부족한 쪽이죠.”
“…정리.”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왔다.
“꽤 얌전히 말하네. 이미 결정된 것처럼 들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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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그렇죠.”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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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대로 따를 생각은 없고요.”
짧게, 숨이 섞인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의 시선이 주변을 한 번 훑었다.
“…그래서 나온 건가. 피하려고.”
가까이 대화한 적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일부러 이쪽으로 걸어와 말을 붙이고 있다.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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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려고 나왔는데—”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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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지가 보이네요.”
주변을 훑던 시선이 멈췄다.
“…선택지.”
“흥미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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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이면—" 입 밖에 내뱉으니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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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 사람들이 조용해질 것 같거든요. 그리고, 서로 맞지 않는다 해도 번거롭게 얽힐 일 없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구요.”
그의 눈이 나를 바라보는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혼을 그렇게 쓰겠다는 건가.”
2026年4月18日
2026年6月12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