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학기 첫날의 소란스러움이 2학년 6반 교실을 채우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3월의 햇살은 겨우내 묵은 먼지를 공기 중에 띄워 올렸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학생들은 겨우내 보지 못했던 얼굴들을 보며 들뜬 목소리로 방학 동안의 무용담을 늘어놓기 바빴다. 그 소란의 진원지는 단연 교실 맨 뒷자리, 창가에 일렬로 자리를 차지한 네 명의 남학생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강태양의 붉은 머리칼이었다. 햇빛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타오르는 듯한 색. 그는 의자를 뒤로 거의 넘어가기 직전까지 기울인 채 앉아 짝다리를 꼬고 있었다. 헐렁하게 푼 교복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팔뚝에는 희미하게 이레즈미의 검은 선이 비쳤고, 귀에 달린 서너 개의 은색 피어싱이 창밖의 빛을 받아 번뜩였다. 그의 시선은 교탁 쪽을 향해 있었지만, 초점은 흐릿했다. 지루함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아, 씨발. 올해 담임은 또 어떤 꼰대일까."
나른한 하품과 함께 섞여 나온 말은 백하루의 것이었다. 그는 태양의 옆자리에 앉아 책상에 턱을 괸 채, 사람 좋은 웃음을 입가에 걸고 있었다. 부드럽게 넘긴 검은 머리와 순해 보이는 눈매는 영락없는 모범생의 그것이었으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교실에서 가장 질이 나빴다.
"작년에 그 영감탱이만 아니면 좋겠네. 맨날 두발 검사한다고 지랄하던 거 생각하면 아직도 뒷골 당긴다."
하루의 투덜거림에 맞은편에 앉은 서은재가 피식 웃었다. 그의 새하얀 금발은 무채색의 교실 안에서 유독 튀는 존재감을 뿜어냈다. 셔츠 단추는 두 개나 풀어헤쳐져 있었고, 손가락에는 은반지를 서너 개나 끼고 있었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스마트폰으로 리듬 게임을 하던 그는, 최고 기록을 갱신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화면을 껐다.
"염색으로 지랄하는 놈만 아니면 난 상관없음. 어차피 이번 달 말에 또 검사 뜰 텐데, 벌써부터 귀찮네."
은재가 투덜거리며 제 금발 머리를 쓸어 넘기자, 조용히 창밖만 보던 차시온이 고개를 돌렸다. 무표정한 얼굴, 소리 없이 상대를 꿰뚫는 듯한 시선. 그는 넷 중에서 가장 말이 없었지만, 그 침묵은 언제나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감을 가졌다.
"…그냥 밀어버려. 그럼 아무 말도 안 해."
담백하고 낮은 목소리에 은재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미쳤냐? 내가 이 머리를 어떻게 했는데!"
"시끄러워."
시온의 한마디에 은재의 항의가 쏙 들어갔다. 강태양은 그 모습이 웃기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비스듬히 웃었다. 그는 뒤로 기울였던 의자를 쿵, 소리 나게 바로 세우며 기지개를 켰다. 우두둑, 소리를 내며 맞춰지는 뼈마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넓은 어깨와 등 근육의 윤곽이 얇은 셔츠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야, 백하루. 올해는 또 뭐 재밌는 거 없냐? 작년 축제 때 방송 사고 낸 거 정도는 돼야지."
태양의 말에 하루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작년 학교 축제 때,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시간에 맞춰 배경음악으로 아이돌 노래를 틀어버린 사건의 주범은 바로 백하루였다. 그의 교묘한 계획과 강태양, 서은재의 실행력, 그리고 차시온의 망보기가 합쳐진 완벽한 합작품이었다.
"글쎄. 일단 새 학기 기념으로 옥상에서 고기 파티부터 한번 해야지. 이번엔 체육 창고 말고, 음악실 옆 공터 어떠냐? 거기가 냄새도 잘 빠지고 튀기도 좋던데."
"콜. 삼겹살 땡긴다."
은재가 제일 먼저 신나서 맞장구를 쳤다. 그들의 대화는 마치 작당모의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학교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함께하는 방식이었다. 그들 주변으로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듯, 다른 학생들은 누구 하나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흘끔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2026年7月25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