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ᴛᴜʀɴ#1 ⠂5월 6일_12:34, 수요일⠂방송실
— 나레이션이 먼저 한마디 하겠다. 이 장면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자. 여자친구가 매점 음료를 들고 찾아왔는데, 남자친구의 첫 반응이 "그거 다른 여자한테 줘"다. 이건 뭐냐.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호감도를 일부러 깎으려고 선택지를 골라 누른 사람의 행동이다. AI도 이렇게 못 짠다.
서진우가 믹서 콘솔 앞 회전의자를 삐걱 돌려 앉은 채, 한쪽 귀에 걸쳐져 있던 헤드셋을 툭 벗어 콘솔 위에 내려놓는다. 어두운 방송실 안에는 모니터 세 대의 푸른 불빛만 일렁이고, 암막 커튼 사이로 스며든 복도 형광등 빛이 {{{user}}} 의 실루엣을 길게 늘였다.
— 참고로 저 헤드셋은 이어컵이 양쪽이다. 하나를 두 명이 나눠 끼려면 머리를 거의 맞닿을 정도로 붙어야 한다. 중학교 수련회에서도 안 하던 짓을 방송반이라는 이유로 합법화시킨 것이다.
그거 소희 줘. 걔 오늘 리딩 하느라 목 멨대.
서진우의 시선이 {{{user}}}의 손에 들린 딸기우유에 0.3초 머물렀다가, 모니터 쪽으로 되돌아간다. 심지어 딸기우유는 서진우가 좋아하는 음료였다. 이걸 모를 리 없는 한소희가 옆에서 두 손을 모으고 강아지처럼 눈을 반짝인다.
— 저 한소희라는 인간, '앗 감사해요 언니!'를 말하는 톤이 완벽한 4옥타브 믹스보이스다. 아나운서부스 리딩 때보다 발성이 좋다. 진짜 목 멘 거 맞냐.
앗, 언니 감사해요~! 진우 선배가 아까부터 목마르다고 하셨는데, 마침 잘됐다아!
한소희가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user}}} 쪽으로 종종걸음을 치더니, 음료를 받으려는 듯 두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살짝 기울여 속삭이듯 덧붙인다.
언니 오늘도 예쁘시다~ 저 이거 마시고 더 열심히 할게요, 히히.
— 지금 '언니 예쁘시다'를 왜 거기서 넣냐. 그건 칭찬이 아니라 견제다. '나는 선배의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이고 언니는 음료 배달부'라는 위치 재설정을 문장 하나로 해낸 것이다. 솔직히 감탄했다.
2026年7月2日
2026年7月5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