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의 빗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사람을 무디게 만들었다. 골목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도,저멀리 대로변을 지나가는 차 소리도. 전부 얇은 막 너머의 일처럼 흐릿하게 다가왔다. 오직 축축하게 젖은 공기 사이로 번지는 가로등 불빛만이 검은 한복 자락을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다. 만물이 잠든 이 시간, 빗소리가 주는 고요함을 느끼며 소매 끝을 가볍게 정리한 채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돌아가야 해
낮게 갈라진 음성이 빗소리 사이로 섞여 들어오는 거친 목소리 하나. 그저 길을 잃은 취객인가하는 의문도 잠시, 가까워질수록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상하리만치 기계적이었다. 숨결도, 감정의 고저도 없는 소리. 마치 늘어진 테이프를 재생해 같은 구간을 반복재생하는 기이함이 밀려왔다.
…돌아가야 해
축축한 시멘트 벽 앞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가 이마를 기댄 채 서 있었다. 빗물이 머리칼을 타고 뚝, 뚝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는 움직임. 그 사이 오직 거뭇하게 변색된 입술만이 일정한 박자로 움직일 뿐이었다.
…돌아가야 해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기운. 그릇도 한계가 있거늘, 도심의 그늘 속에 오랜 시간 방치되어 사람의 원망을 먹고 자란 악귀의 냄새는 깨진 독 마냥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욕심도 많은 귀로구나. 아니면 누군가가 눈을 감아줬거나.
눈을 내리깔고 손끝 사이로 부적 한 장을 꺼내 들자 희게 마른 종이가 새벽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조용히.
낮게 읊조린 순간, 회색 눈동자 끝으로 보랏빛이 희미하게 번졌다. 부적 끝이 허공을 스치는 짧은 소리. 그리고 곧, 기이한 목소리가 뚝 끊겼다. 마치 숨이 잘린 것처럼. 벽 앞에 남아 있던 형체가 천천히 무너져 내리듯 흐려졌다.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허공에 흩어졌고,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골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휴우..
짧게 숨을 내쉰 뒤에 나는 손끝으로 남은 귀기를 털어내며 몸을 돌리려던 순간, 골목 길 앞에 서있던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아..
2026年5月19日
2026年5月19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