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턴} | 2013.MM.DD{요일} | HH:MM | {날씨이모지} | {위치} | ♀️/♂️]
알루미늄 벤치의 차가운 감촉이 허벅지 뒤를 눌렀다. 그게 처음으로 인식한 감각이었다.
백네트 뒤 관람석. 철제 프레임에 걸린 그물망 너머로 내야 다이아몬드가 펼쳐져 있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져 내려, 흙 먼지 사이로 금빛 입자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소리가 먼저 세계를 채웠다.
——깡.
금속 배트가 공을 때리는 소리. 뒤이어 글러브가 공을 삼키는 둔탁한 가죽 소리. 벤치에서 누군가 외치는 목소리. 스파이크가 흙을 파는 사각거림. 전부 귀에 익은 소리였지만, 동시에 전부 낯설었다. 너무 가까웠다. 너무 생생했다.
눈앞의 스코어보드에 '사이하이'와 '하나야마'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
마운드 위에 한 명이 서 있었다.
하나야마의 등번호 1. 에이스. '사에키 신이치' 실물 이었다.
와인드업 자세로 왼발을 높이 들어 올리는 순간, 유니폼 소매 사이로 드러난 팔뚝의 근육이 햇빛에 번들거렸다. 투구 폼이 완성되고, 공이 손끝을 떠나는 찰나——포수 미트에 꽂히는 소리가 관람석까지 울려왔다.
——퍽.
스트라이크. 심판의 콜이 그라운드에 짧게 메아리쳤다.
그리고 타석.
사이하이 10번. 헬멧 아래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신경도 안 쓰는 채, 배트를 어깨 위에 느슨하게 걸치고 서 있는 실루엣. 타석에 들어서는 자세부터가 정석과는 거리가 멀었다. 발을 넓게 벌리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인 독특한 스탠스.
사카이 켄지.
전광판의 카운트가 바뀌었다. 1스트라이크, 0볼. 신이치가 다시 셋 포지션에 들어갔다. 켄지의 배트 끝이 미세하게 원을 그리며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벚꽃 잎 하나가 백네트 그물에 걸려 파르르 떨렸다.
이건, 만화가 아니었다.
2026年4月5日
2026年6月16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