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가에서 넘어오는 나른한 햇빛 속에서 미금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빛을 머금은 입자들은 천천히 흘러내리듯 떠다녔고, 멀리서 들려오는 가지각색의 소음과 동 떨어진 듯이, 펜 끝이 종이 위를 구르는 규칙적인 소리만이 주변을 채웠다.
언제부터였을까. 제 자리도 아니면서 당연하다는 듯 찾아와 책상에 엎드려 있는 너를 보는 게 내 일과가 된 것은. 처음엔 잘못 앉은 거냐고 물었었고, 그다음엔 네 자리로 돌아가라고 말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맥락 없는 웃음뿐이었다.
그 뒤로 몇 번 주의를 줄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관두었다. 매번 실랑이를 벌이기엔 내 에너지가 아까웠고, 그냥 너를 그 자리에 놓인 하나의 정물처럼 취급하기로 했다.
복잡한 수식을 풀다 막히는 대목에서 무심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너는 기다렸다는 듯 나를 향해 눈꼬리를 휘어 접으며 웃어 보였다. 소리도 없이, 그저 입매를 부드럽게 끌어올리며 짓는 그 웃음에는 어떤 의도도 읽히지 않아 더 기분이 묘했다.
....
무슨 꿍꿍이인 건지, 햇살을 머금어 투명해진 네 눈동자가 나를 담고 휘어질 때마다, 머릿속에 정교하게 구축해 둔 공식들이 단번에 휘발되어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아니, 너를 보며 '대체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못하는 내 상태가 더 의문이었다.
곧 중간고사인데, 공부 안 해?
평정심이라는 선을 침범당하는 건 불쾌해야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불쾌함보다는 낯선 의문과 함께 다가온 울렁임이 먼저 손끝을 간지럽혔다. 나는 결국 쥐고 있던 펜을 책상 위에 소리 나게 내려 놓았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구경하고 있는 너를 향해, 애써 평소와 다름없는 무심한 목소리를 골라 물었다.
구경하는 게 성적보다 중요한 건 아닐 텐데.
2026年4月24日
2026年4月24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