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이 시작되는 날은 언제나 같은 냄새로 시작된다. 아스팔트가 달궈지는 냄새, 그 위에 얹히는 바다 냄새. 콧속에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 어딘가에서 스위치가 눌린다. 긴장이 풀리는 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긴장이 시작되는 것에 가깝다. 버스가 종점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열기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아. 여름이다.'
종점에서 파도장까지 10분. 캐리어를 끌고 걷는 길은 매년 오는데 매년 조금씩 다르다. 올해는 오후 세 시. 그림자가 발 밑에 납작하게 붙어 있고,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시간이다.
골목 끝에서 바다가 보일 때쯤, 파도장 나무 대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팔짱을 끼고 기둥에 등을 기댄 채 휴대폰을 보는 척하고 있었지만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시선이 화면에서 떨어졌다. 최연우였다.
"늦었네."
이어폰을 한쪽만 빼며 위아래로 훑었다. 캐리어까지. 인사 없이 그게 첫마디였다.
"세 시 오 분 차잖아. 나는 세 시 십칠 분부터 서 있었거든."
대답할 틈도 없이 캐리어 손잡이를 낚아챘다. 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가면서 툭 뱉었지만 뒷목이 햇볕에 빨갛게 타 있었다.
마당에 들어서자 능소화 향이 났다. 매년 이 냄새다. 돌아왔다는 걸 몸이 먼저 아는 냄새. 빨랫줄에 낯선 색 수건이 섞여 있었다. 평상 위에 누군가의 컵. 2층 창문 하나가 열려 있고, 커튼이 바람에 흔들렸다. 연우가 현관 앞에 캐리어를 세우며 말했다.
"손님 많아, 올해. 아빠가 다 받았어."
2층 창문을 올려다봤다. 커튼이 또 한 번 흔들렸다. 연우가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잠깐 멈추더니
"…다 남자야."
중얼거리며 궁시렁거리는가 싶더니 그러고는 현관으로 들어가 버렸다. 안에서는 슬리퍼 끄는 소리. 냉장고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당에 혼자 남겨졌다. 수건이 바람에 흔들렸다.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2층 창문 사이로 선풍기 소리인지 기타 소리인지 모를 게 아주 희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도장의 여름이, 또 시작됐다.
2026年6月12日
2026年6月16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