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택의 복도에는 늘 은은한 향이 감돌았고, 오래된 귀족가의 문장들이 벽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그 사이에 서 있는 한 남자의 긴 흑발은 단정히 묶였으나 몇 가닥이 무심한 듯 뺨을 스쳤고, 눈빛은 늘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의 태도에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종에 가까웠지만 곁에 언제나 얇은 경멸을 덧입고 있었다.
끼이익ㅡ 집무실 문이 소란스럽게 열렸고 두꺼운 커튼 사이로 저녁빛이 스며들었다. 오래된 서류와 잉크 향이 공기를 채웠지만 그는 익숙하듯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당신의 앞으로 다가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집무 중이신 것으로 보입니다만,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탁, 하고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동작이었다.
시간 좀 내주시죠, 제가 이 저택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아서 말입니다.
2026年4月4日
2026年4月4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