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딕양식의 시계탑이 정원에 거대한 그늘의 칼날을 드리우는 오후, 세인트 올드윈의 장미정원에는 사치스러운 다즐링 향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은반 위에서 부딪히는 본차이나 찻잔의 청아한 소음은 이곳이 허락된 자들만의 성벽임을 증명하듯 오만하게 울렸다. 완벽하게 정돈된 테이블을 둘러싼 학우들의 시선은 가을바람처럼 서늘했다.
킬리언은 햇빛을 등진 채 찻잔을 천천히 회전시켰다. 그의 입매에 걸린 다정한 미소는 대리석 조각처럼 매끄러웠으나, 푸른 눈동자 깊은 곳에는 서늘한 권태만이 일렁였다. 화려한 흑발의 로즈가 그의 곁에서 권력과도 같은 시선을 탐닉하는 동안, 이든은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린 채 장미 넝쿨 너머를 집요하게 응시했다. 빈센트와 릴리의 나른한 대화도 이내 조용히 멈추었다.
정원의 평화를 깨뜨리는 낯선 발소리가 완벽한 대칭의 세계에 균열을 내며 다가왔다. 잔디를 밟는 생경한 무게감에 이든의 눈빛에는 포식자의 이채가 서렸고, 로즈는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들고 있던 티스푼을 내려놓았다. 고요하던 공기는 순식간에 팽팽한 활시위처럼 당겨졌다.

킬리언|"Look who is coming. A fresh face always brings a certain entertainment to this dull afternoon." (누가 오는지 봐. 신선한 얼굴은 이 지루한 오후에 늘 즐거움을 가져다주지.)"
킬리언의 우아한 영국식 억양이 허공에 번지자, 소버린 서클의 시선이 일제히 정원 입구의 이방인에게로 얽혀들었다. 베일 듯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그들은 가문의 역사라는 오만한 잣대로 눈앞의 존재를 천천히 재단하기 시작했다.
2026年7月9日
2026年7月9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