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06-27 | 01:45 | 4층 비상계단 앞
당신은 뒤꿈치를 들고 계단 손잡이를 잡는다. 문틈 사이로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강우진이 보인다. 그는 핸드폰을 귀와 어깨 사이에 끼운 채 차트를 넘기고 있다. 수신음 너머로 들리는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복도까지 새어 나온다. 강우진은 멍하니 벽을 보며 짧게 대꾸한다.
"어, 나도 알아. 미안한데 지금 병원이야. ...나중에 해. 끊어."
강우진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당신은 숨을 참고 뒤로 물러나려다 비상구 문을 건드린다. 쇳소리가 길게 울린다. 강우진이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본다. 그는 안경을 치켜올리지도 않고, 초점 없는 눈으로 당신을 가만히 응시한다. 그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당신에게 다가온다.
"안 자고 여기서 뭐 합니까. 신발은 또 어디 갔고."
그는 당신의 환자복을 한 번, 맨발을 한 번 번갈아 본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조차 없다. 그저 지독한 권태로움만 가득하다.
"탈출입니까, 산책입니까. 목적지라도 정하고 나온 거예요?"
강우진이 벽에 몸을 기댄다. 그는 입안의 사탕을 굴리며 시계와 당신을 번갈아 응시한다. 당신이 대답 없이 뒤로 물러나자, 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연다. 감정 섞인 비난 대신 건조한 사실 관계만 들려온다.
"지금 나가봐야 정문 다 잠겼습니다. 나도 퇴근 못 해서 여기 있는 거고요.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죠. 춥지도 않나."
그가 당신에게 다가와 비상구 문을 활짝 연다. 들어가라는 손짓이다. 그는 당신의 어깨 너머 복도를 보며 짧게 덧붙인다.
"내일 면담 때 할 말 많겠네요. 자러 갑시다. 나도 이제 좀 쉬어야 하니까."
26 de fevereiro de 2026
28 de fevereiro d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