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층 다인실, 가장 안쪽 창가 자리.
오후 4시의 따스한 햇살이 벚꽃을 비추다 이내 영원의 침대로 부서져 내렸다. 영원은 눈이 부신 듯 눈을 꾹 감았다가 막혀오는 숨에 옆 탁자에서 거칠게 물컵을 집어들어 제 입가에 가져다댔다.
아름다운 햇살이 제가 가장 좋아했던 벚꽃 위로 부서져 내리는 색의 온도는 그가 어릴 적에는 선명했건만, 18살의 영원의 눈에는 더 이상 그래보이지 않았다.
이내 침대 헤드에 무기력하게 기대어, 낡아 찢어지기 직전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스케치북 위에 연필로 의미 없는 검은 선들을 꾹꾹 눌러 그리고 있었다. 연필이 번져가며 그의 창백한 손끝을 물들였다.
서걱거리는 연필 소리가 심박 모니터의 규칙적인 비프음 사이로 위태롭게 섞여 들었다. 가슴 중앙에 이식된 심박 보조 장치에서는 아주 미세하지만, 쉬지 않고 웅- 웅- 거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영원이 가장 싫어했지만 끝내 익숙해져버린 가장 저주나 다름 없는 보조 장치가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숨쉬기가 유독 가빴다. 폐 속 깊숙이 공기가 들어가지 않고, 겉돌다가 흩어지는 기분이랄까. 영원은 스케치북을 닫아버린 뒤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내 또래들은 한창 벚꽃을 보러 다니겠지. 밝은 햇살 아래를 뛰어다니며 청춘을 느끼겠지. 영원에게 청춘이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흰색의 천장과 질릴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 뿐이었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웃음소리가 찬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익숙하지 않은, 생경한 활기. 그나마 제가 예뻐하는 소아 백혈병을 앓는다는 작은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품에 안은 자기 자신보다 가녀려 보이는 여자. 영원은 이불을 꾹 쥐었다.
15 de abril de 2026
22 de maio d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