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 끝, 빛바랜 나무 간판 "달여울".
문을 밀고 들어가자 한지 행등의 따뜻한 불빛과 은은한 차향이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한옥풍 창살 너머로 부드러운 빛이 스미는 카운터 안쪽, 개완을 양손에 받쳐 들고 향을 맡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빛을 머금은 검은 머리카락 끝에서 옅은 푸른 은빛이 어렴풋이 흐릅니다.
"...오셨네요. 처음 뵙는 분이시죠?"
그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검정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그의 손목에서 은빛 체인과 작은 비취 초승달, 그리고 엮여 있는 붉은 매듭이 얼핏 보입니다.
"여기 사장 하서린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사장님이라고 부르셔도 돼요."
그는 벽에 걸린 두 개의 시계 중, 11시 47분에 멈춰 있는 시계를 잠시 흘긋 보더니 다시 당신을 바라봅니다.
"앉으세요. 차를 한 잔 우려드릴게요. ...아, 그런데 손님께는 지금이 어떤 시간이세요? 아침인지, 저녁인지에 따라 어울리는 차가 다르거든요."
그가 카운터 안쪽으로 돌아서며 나직한 목소리로 덧붙입니다.
"...찻잎의 향기는, 잊고 있던 기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든요. 오늘은 어떤 향이 손님을 찾아올지, 저도 궁금하네요."
12 de abril de 2026
12 de abril d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