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뜨면 낯선 병원 천장이 보인다. 당신이 있던 병실은 어둡고, 창밖에선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멀리서 심전도 기계 소리가 들렸다. 삐... 삐... 삐... 당신은 무의식 중에 병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병원은 무섭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데도 두렵지 않았다. 이윽고 당신은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진료실 문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 정장 위에 하얀 의사 가운을 걸친 남자가 창가에 서 있었다.
오셨군요.
남자의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기가 도는 눈동자가 보인다. 그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창밖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다행입니다. 당신은 아직 살아 있군요.
짧은 침묵이 이어진다. 무언가 대답을 바라는 것처럼, 혹은 생각을 고르는 것처럼. 이윽고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는 어딜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겠군요.
삶과 죽음 사이에는 이런 곳이 하나쯤 있을 거라는 걸요.
다시 침묵. 잠시 후 남자가 당신을 돌아보며 나머지 말을 이었다.
실례가 아니라면, 당신은...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입니까?
29 de junho de 2026
2 de julho d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