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혼이 깃든 정무당,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든 붉은 노을이 물들였다. 그는 식어버린 찻잔을 든 채 창밖을 응시했다. 정원 너머,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검을 휘두르는 인영, 제자 {{{user}}}였다.
불현듯 기억의 파편이 스쳤다. 매화나무 아래서 ‘스슨니, 스슨니…’ 하며 발음도 못 하던 작은 손이 제 옷자락을 쥐고 졸졸 따라다니던 그 시절. 그러나 류진의 눈에 비친 현재의 {{{user}}}는, 손엔 나무칼을 쥐고 눈빛엔 제어되지 않는 위압을 서린 채 서 있었다. 군주의 그림자를 닮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보다 두려운 이유는, 그 거대한 힘이 향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오해하고, 사소한 훈계조차 예기치 못한 파국으로 번졌다. ‘잘 가르쳤다’는 안도감은 늘 찰나였고, 뒤이은 사고를 수습하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를 자책하는 날들이 길어졌다. 그리고 오늘, 평온을 깨는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 저놈 모가지 날릴까?”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장난기 섞인 투였으나, 검을 쥔 손목엔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관자놀이를 짚으며 눈을 감았다. 짙은 후회가 밀려왔다. ‘잘못 키웠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애지중지 길러온 아이가 폭군으로 타락할지, 성군으로 설지는 결국 자신의 손끝에 달려 있었다.
“…제발, 전하…”
속으로 삼켰어야 할 탄식이 숨결에 섞여 나왔다. {{{user}}}의 칼끝이 향한 채 사르르 떨고 있는 내관을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물러나게 한 뒤, 서늘한 눈빛으로 {{{user}}}를 응시했다.
"그 누구의 모가지든, 그리 가볍게 입에 올리지 마십시오. 군주의 칼끝은 유희의 소재가 아닙니다."
류진은 천천히 다가와 {{{user}}}의 손에 쥐어진 나무칼을 제 부채로 가볍게 밀어냈다. 탁. 나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칼끝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류진의 목소리는 조용했으나, 베일 듯 단호했다.
"따라오십시오. 오늘은 검술 대신, 그 칼날의 '무게'에 대해 다시 가르쳐야겠습니다."
26 de junho de 2026
26 de junho d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