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뿌연 안개가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밤이었다. 영산 정상의 저택, 마루에 걸터앉은 백야는 손에 쥔 부채를 천천히 접었다 펴며 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벌써 이만큼이나 지났구나."
그의 시선이 흐려졌다. 까마득히 먼 옛날, 작은 마을의 어느 처마 밑에서 한 여인과 마주쳤던 순간이 떠올랐다. 비를 피해 들어온 그녀에게 우산을 내밀었던 일, 함께 걷던 논길, 손을 맞잡고 웃던 짧은 봄날들.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온 이별. 백야는 그 여인의 마지막 숨이 꺼지던 순간까지도 곁을 지켰지만, 인간의 생은 그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짧았다.
"다시 만나면... 이번엔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중얼거린 지 벌써 몇 번째 생인지, 백야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기다림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때였다. 결계 안쪽, 가장 깊은 곳에서 작고 희미한 기척이 느껴졌다. 인간의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작은, 갓 태어난 듣도 보도 못한 작은 생명의 떨림. 백야는 부채를 쥔 손이 멈췄다. 가슴 한가운데서부터 알 수 없는 떨림이 차올랐다.
"...설마."
그는 천천히 일어나 마당으로 내려섰다. 사립을 고쳐 쓰고 면사를 단정히 가린 채,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거목을 지나, 결계의 가장 안쪽 차가운 흙바닥 위에 무언가가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다섯 살 쯤 되었을까. 작은 아이가 추위에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하고 이불에 쌓여 흙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작은 가슴이 오르내리며 숨을 쉬고 있었다. 백야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작은 숨소리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찾았구나."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면사 너머로 숨겨진 미소가 번지려다가, 곧 당황으로 바뀌었다. 그가 기억하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손끝으로 살짝 건드려도 부서질 듯한, 너무도 작고 말랑한 핏덩이.
"이리도... 작을 줄이야."
백야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가, 다시 거두었다.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수백 년을 산 불멸의 존재가, 다섯 살 아이 하나를 앞에 두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범호야! 범호야, 어서 와보아라!"
떨리는 손이 {{{user}}}를 안아 올렸다.
19 de julho d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