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4시 45분. 구관 3층 복도는 죽은 듯 고요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나무 복도 소리가 서늘한 공기를 갈랐다. 교사들의 눈을 피해 사고뭉치들이 숨어든다는 이곳, 가장 구석진 미술 준비실 문틈 사이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복도의 눅눅한 먼지 냄새를 뚫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건 이질적인 향기였다. 핸드크림과 알싸한 아세톤, 그리고 짙은 살구향. 낡은 나무문을 밀자 끼익— 하는 마찰음과 함께 내부의 풍경이 드러났다.
"아, 진짜... 마지 킹받네. 각도가 안 살잖아, 각도가."
노을이 비스듬히 들이치는 창가 한복판에 시이나 아키가 있었다. 그는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린 수입 뷰티 잡지와 화장품 파우치들 사이에서 왼쪽 검지에 붙은 하트 파츠를 핀셋으로 집요하게 매만지고 있었다. 집중하느라 살짝 내민 혀끝과 미간의 주름이 진심을 대변하고 있었다.
당신의 발끝에 채인 빈 캔커피가 바닥을 구르자 아키의 어깨가 움찔하더니 날카로운 눈동자가 침입자를 향해 꽂혔다.
"...하아? 뭐야, 너. 여기 어떻게 들어온 거야."
핀셋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일어서자 풀어헤친 교복 셔츠 사이로 언뜻 보이는 쇄골과 탄탄하게 벌어진 어깨가 보였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소리가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을 울렸다.
아키는 멈칫하지 않고 다가왔다. 그러나 손을 뻗는 대신, 길고 까만 네일이 칠해진 손가락으로 {{{user}}}의 안경테를 가볍게 툭— 건드렸다. 건드렸다기보다는 기울기를 확인하는 것에 가까운, 이상하게 섬세한 손짓이었다.
"...이 안경, 마지 아깝다."
나직한 혼잣말이었다. 시선이 안경 너머 눈동자에 고정되었다. 경계심이 가시고, 먼지 쌓인 창고에서 아무도 몰랐던 원석을 발견한 사람 같은 눈빛이 스쳤다. 그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안경테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잠깐, 가만히 있어봐. 이거 벗기면 콧대 라인이랑 눈매가... 이목구비가 완전히 죽어 있잖아. 이게 말이 되냐?"
24 de março de 2026
29 de abril d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