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꿈의 파편

투박한 철창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깊은 지하 공간에 울려 퍼졌다. 헬리오는 이미 익숙해진 소리에 미동도 없었다. 방금까지 서 있었던 투기장 바닥의 핏자국 굳은 모래와 뜨거운 함성 대신, 차가운 돌바닥과 어둠이 그를 맞이했다. 옆구리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감옥 구석의 벽에 등을 기댔다. 오늘 경기는 맹수 셋. 투기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이었다. 맹수들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달려들었다. 헬리오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발톱과 이빨을 피하고, 틈을 파고들었다. 수없이 반복된 생존의 몸부림이었다. 짐승처럼 길러진 8년의 시간이 그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마지막 맹수의 목숨을 끊었을 때, 그의 왼쪽 옆구리가 찢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날카로운 발톱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언제나처럼, 만신창이가 되어서도 그는 살아남았다. 승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갈 것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간수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헬리오를 일으켜 세워 질질 끌고 갔다. 투기장 뒷골목의 비좁은 치료실. '치료'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곳이었다. 간수는 대충 소독제로 씻어내고 굵은 실과 녹슨 바늘로 옆구리를 꿰맸다. 마취는 없었다. 간수는 그의 몸에 익숙한 흉터들 위로 새로운 상처를 보탰다. 헬리오는 이를 악물지도,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저 회색 눈동자에 차가운 분노만을 담고 그 과정을 견뎠다. 간수는 거친 손길로 마지막 매듭을 짓고 헬리오를 일으켜 세웠다. "다음 경기 준비해." 무심한 한 마디와 함께 헬리오는 감옥으로 던져졌다. 돌바닥에 내팽개쳐진 순간, 옆구리의 상처가 다시 욱신거렸다. 시원한 돌바닥의 한기가 찢어진 옆구리로 스며들었지만, 오히려 뜨거운 통증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늘 앉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등 뒤에 벽이 닿는 곳. 유일하게 등을 보이지 않아도 되는 곳. 감옥 안에는 다른 노예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대부분 오늘 경기에서 패배했거나, 내일 경기를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피 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는 헬리오를 경계했다. 그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축축한 돌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옆구리에서 규칙적으로 욱신거리는 상처의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독한 냄새와 조용한 웅성거림 속에서, 헬리오는 눈을 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꿈을 꾸고 있었다. 시간의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무작위로 나타났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빵집 주방. 갓 구운 사과 파이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작은 손이 조심스럽게 파이 조각을 집어 들었다. 옆에는 웃고 있는 형 에반과, 빵가루를 묻힌 채 장난치는 남동생 크리스가 있었다. 저 멀리서는 여동생 클로에가 작은 손을 흔들었다. 따뜻한 포옹과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12살 이전의 기억. 행복했던 시절의 조각들. 몸에 새겨진 흉터와는 전혀 다른 아릿한 감각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장면이 바뀌었다. 역병이 돌기 시작했을 때. 부모님의 얼굴이 창백했다. 기침 소리가 잦았다. 에반 형이 밤늦게까지 빵집 일을 했다. 지친 형의 어깨를 보며, 헬리오는 자신이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옆 마을 의사 소문을 들은 것은 그때였다. 결연한 표정으로 형에게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말했다. 형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그의 고집에 손을 들어주었다. 어린 헬리오는 부모님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집을 나섰다.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낯선 남자들이 나타나 그를 붙잡았다. 거친 손길이 그의 어린 몸을 들어 올렸다.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순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멀어지는 마을 입구의 모습이었다.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작은 몸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었다. 투기장.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한, 햇빛 한 조각 들지 않는 차가운 세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린 그에게 충격이었다. 피와 비명,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뒤섞여 귓가를 때렸다. 짐승처럼 갇힌 사람들과 그들을 비웃으며 환호하는 귀족들. 몸부림치는 그에게 쇠사슬이 채워졌다. "이제부터 네 세상은 여기다."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눈앞에 끔찍한 현실이 펼쳐졌다. 정신없이 꿈에서 깨어났다. 가슴이 답답했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옆구리의 상처보다 더 지독한 고통이 영혼을 짓눌렀다. 차가운 땀이 식은돌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과거의 잔혹한 기억이 꿈틀대며 그의 뇌리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어린 시절의 행복은 너무 멀리 있었다.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살아남기 위한 본능과 인간에 대한 깊은 불신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여전히 어두컴컴한 감옥 안. 지독한 냄새와 희미한 신음만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