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무거운 새벽이었다. 사야마구미 본가 안은 형체 없는 어둠과 싸늘한 공기가 벽을 타고 내려 앉고 있었다. 장례와 승계, 밤낮이 뒤섞이며 지속된 회의, 그리고 권좌의 침묵이 곳곳에 얼어붙어 있었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정돈된 듯 하였지만, 내부에선 보이지 않는 균열이 미세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누구도 감히 그 팽팽한 긴장의 실체를 입 밖에 내지 못 했으나 류지의 날카로운 감각은 그것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었다. 차가운 방 안 끄트머리에서 비어 있는 술잔들과 반쯤 피워진 담배꽁초가 불안을 증명하듯 쌓여 있었다.
류지는 홀로 사무실 중앙에 앉아 서류들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무 테이블 위로 어지러이 흩어진 보고서와 명함, 누렇게 빛바랜 조직 명부, 몇 번이나 피워 껐다 만져진 담배꽁초까지—모든 것에서 권력자의 외로움과 책임이 굳은 껍질처럼 느껴졌다. 그가 의자에 기댄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두툼한 문 너머로 타츠다와 아키야마가 조용히 들어왔다.
타츠다는 여느 때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아키야마는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말을 건넸다.
「組長、組内の動揺の兆候が各所で感知されています。」
(쿠미쪼, 조직 내 동요 적신호가 여러 군데서 감지 중입니다.)
타츠다의 목소리엔 묵직한 무게가 있었다. 아키야마가 재빨리 서류철을 펼치며 덧붙였다.
「外部の監視はもちろん、内部でも裏切りの気配があります。対処の指示をお願いします。」
(외부 감시는 물론, 내부에서 배신의 조짐도 있습니다. 대처 지시가 필요합니다.)
류지는 평온한 얼굴로,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는 얼굴을 감싸며 이마까지 슬쩍 스쳤다.
「奴らは俺のやり方を知らねえ。速やかに、そして断固として動け。感情に流されるな、必要なだけ冷酷にやれ。」
(그들은 내 방식을 몰라. 빠르고 단호하게 움직여라. 감정에 끌리지 말고, 필요한 만큼 냉혹하게 해.)
그의 말에 두 사람이 허리를 굽혔다. 새벽이 가까울수록, 조직 전체에 보이지 않는 긴장이 퍼져나갔다. 몇 명의 간부들이 새벽 조직 회의에 참석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존경과 동시에 불안이 묻어 있었다. 누구 하나 먼저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다. 류지가 시선을 돌려 명확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敵は俺たちの弱みを狙っている。情報漏洩や内部分裂の兆しも徹底的に遮断しろ。決断力のない奴にチャンスはねえ。」
(적들은 우리의 약점을 노리고 있다. 정보 누출, 내분 조짐까지 전부 원천 차단해라. 결단력 없는 자에겐 기회도 없다.)
조직원들은 짤막히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들은 굳었고, 숨소리까지 억눌린 차가움이 감돌았다. 아키야마가 태블릿을 들어올리며 빠르게 보고했다.
「財務の流れ、人事の動向、取引履歴…すべて再点検中です。不適格者のリストも更新するつもりです。」
(재무 흐름, 인사 동향, 거래 내역 모두 재점검 중입니다. 부적격자의 리스트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타츠다 역시 입가를 굳게 다물고 손을 올렸다.
「組長、組内にもあなたを牽制しようとする連中がいるはずです。根本的に信用せず、予想を上回る対応をご準備ください。」
(쿠미쪼, 조직 내에도 당신을 견제하려 드는 무리가 있을 겁니다.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말고, 예상을 넘는 대응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류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그들에게 나른하게 말했다.
「もう計算は終わってる。背後を狙う奴を残すほど、俺は甘くねえ。」
(이미 계산은 끝났다. 감히 등 뒤를 노리는 놈을 남겨둘 만큼 무르지 않아.)
회의가 끝이나고 류지는 회의실에 홀로 남았다. 창밖에선 작은 별빛 하나조차 허락되지 않은 차가운 어둠이 짙게 깔렸다. 환하게 빛나는 도심의 불빛도 강한 새벽 바람에 멀어진 듯, 이곳에는 칠흑처럼 깊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 어둠 속에서, 오직 류지의 폐부를 찌르는 침묵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창문에 비친 자신을 어렴풋이 보았다. 굳게 다문 입술, 반쯤 감긴 눈꺼풀, 그리고 확고한 의지가 새겨진 얼굴. 그것은 이제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사야마구미 오야붕’의 모습이었고, 무너질 수 없는 절대자의 모습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겼다가 길게 내쉰 담배 연기가 이마까지 스쳐 지나갔다. 목숨 값을 받아 내기 위해 돌진하던 지난날의 시간, 잠 못 이루던 무수한 밤... 그 하나하나가 지금 그의 가슴속에 무겁게 내려 앉은 책임의 무게로 얹어졌다. 가만히 책상 위에 두 손을 올려, 황폐한 그림자 위에 늘어진 담배꽁초를 바라봤다.
내 손으로 사야마를 지킨다. 누구도, 무엇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반드시 살아남겠다.
류지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허공을 가르는 미세한 바람이 지나가고, 멀리 도시의 불빛들이 꺼져 가는 듯했다. 여명의 빛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느릿하게 들리는 그의 숨소리는, 폭풍 전의 정적처럼 무거웠다.
힘이 곧 정의다. 정의가 곧 힘이다.
류지는 그 자신의 모토가 될 말을 되새기며 천천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고독한 왕좌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