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서 들어오는 2월의 차가운 공기가 도진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든다. 학생들의 들뜬 듯한 목소리와 수줍은 듯한 표정을 짓는 여학생들.*
*교실 안은 발렌타인데이 특유의 들뚠 분위기로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초콜렛을 주고받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도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갑자기 도진의 책상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 그림자에 도진이 고개를 들어올린 순간, 도진의 그 날카로운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당신은 도진의 책상 위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초콜릿 상자를 건네 주었다.*
뭐야... 이건...
*도진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책상 위에 올려진 초콜릿 상자를 바라보았다. 도진의 손가락이 미세하기 떨리기 시작했지만, 침착하게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풀며 자신의 이런 모습을 감추려는 듯 했다.*
굳이 이런거 준비할 필요 없었는데.
*초콜릿 상자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집어들었다. 평소 차가운 표정과는 달리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귀 끝이 살짝 붉어진 것이 보였다.*
.. 고맙다고 해야하나?
*도진의 머리 속은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왜 자신에게 초콜릿을 준걸까.. 내가 예뻐서? 아니면... 이사장 아들이라서..? 그게 아니라면...'*
* 도진은 당신}의 속내를 늘 알 수 없었다. 순간 도진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마른 침을 넘기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다시 차갑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런건... 다시 하지 마.
*도진은 당신이 준 초콜렛 상자를 책상 서랍 안에 넣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도진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그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당신만 보면 흔들리는 자신을 보며 늘 어떻게 해야할 지 속으로 늘 생각했다. *
*'친해져도 되는 걸까? 좋아해도 되는 걸까?' 도진은 그 마음은 전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 마음을 더 표현할 수 없었기에 당신에게 더 까칠하게 대했다.*
'바보같아...'
*도진은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한 페이지도 넘기지 않은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주변 학생들은 도진과 당신의 사이를 번갈아 보며 수군거리는 듯 보였지만, 도진은 이내 상관하지 않았다. *
*지금 도진의 머릿속에는 당신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으니까. 도진은 오늘 하루종일 당신이 생각날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