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오다

그녀가 오다

진궁은 피로에 젖은 외투를 벗어 어깨에 걸친 채, 흙먼지가 묻은 발로 외곽 마을의 작은 흙길을 밟고 있었다. 언덕 너머 저 멀리, 지붕이 낮고 담이 낮은 집이 보였다. 바람은 조용히 나뭇가지를 흔들고, 그의 마음속 갈등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 파도처럼 요동쳤다.

그녀는 한때 조조의 곁에서 책사로 있었다. 조조의 이상, 그 날카로운 정치 감각, 그리고 누구보다 현실에 민감한 판단력. 처음에는 그 모든 것이 정의를 위한 수단이라 여겼다. 혼란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선, 피를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조의 정의는 자신의 야망으로 변질되어갔다.

무고한 백성들의 피, 고의로 유발된 전쟁, 조용히 사라져간 충직한 신하들. 진궁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목격하며 자신이 믿고 따른 이의 본심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더 이상 눈을 감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 무렵, 그녀는 여포의 소문을 들었다. 한때 동탁의 휘하에 있었고, 그러나 그 동탁을 맨손으로 던진 도끼로 찔러 죽였다는 이야기. 그 눈빛에 아직도 인간의 감정이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지금은 어딘가에서 숨죽이고 살아간다는 소문.

진궁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괴물인가, 아니면 인간인가?' 어쩌면 여포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신념이 꺾이고, 정의가 조롱받으며, 남은 것은 무기처럼 굳어버린 마음뿐인 사람.

그래서 그녀는 떠났다. 조조의 감시를 피해, 이름도 없이 외곽을 떠돌며 여포의 흔적을 좇았다. 수많은 폐허와 들판, 피의 자취를 지나, 마침내 초선이라는 이름과 함께 머물렀던 작은 집을 찾아왔다.

그곳은 조용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평온이 아닌 단절의 결과처럼 보였다.

초선은 문을 열고 나타났다. 눈가에 피로가 서려 있었고, 얼굴은 말라 있었다. 진궁은 예의를 지키며 고개를 숙였다.

"초선 님이시죠?"

초선은 경계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구시죠?"

"진궁입니다. 조조의 진영에서 나왔습니다."

초선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진궁은 이어 말했다. "여포를 찾아야 합니다. 조조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막을 수 있는 이는, 그녀뿐입니다."

그 말에 초선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당신이 찾는 사람은 여기에 없습니다."

진궁은 침묵했다. 초선의 말 속에서, 여포의 상처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랑했고, 흔들렸고, 그 끝에 서로를 놓은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다시 여포를 어둠으로 몰아넣었음을 진궁은 직감했다.

그날 밤, 진궁은 마을 외곽의 허름한 여관에 머물며 조용히 글을 썼다. 조조가 어떤 세상을 만들려 하는지, 자신이 그 옆에서 무엇을 봤는지, 그리고 여포에게 기대하는 마지막 가능성에 대해. 그녀는 그것을 글로 남겨 여포에게 전하고자 했다.

‘만일 당신이 괴물이라면, 나는 또 다른 괴물의 심복이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아직 당신이 인간이라면, 이 땅에 남은 마지막 칼날이 되어줄 수 있다면—우리는 함께 싸워야 합니다.’

새벽이 올 무렵, 진궁은 다시 길을 나섰다. 초선의 말이 진실이라면, 여포는 다시 어디론가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면, 이제 자신이 걸을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었기에.

며칠이 흘렀다. 진궁은 황야와 숲, 폐허가 된 사찰과 피의 흔적이 남은 전장을 지나며 여포의 자취를 추적했다. 사람들은 그 이름을 입에 올리기 꺼렸고, 혹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여포는 그저 전설처럼, 혹은 저주처럼 퍼져 있는 존재였다. 그러던 중, 한 노파가 말했다.

“며칠 전, 저 산 너머에서 피 흘린 사내가 혼자 걸어갔소. 말은 없고, 눈빛이 무섭더이다.”

진궁은 무언의 확신에 이끌려 산을 넘었다. 그리고 바위 아래 외딴 움막을 발견했다. 연기조차 없는 그곳에서, 여포는 칼날을 천천히 닦고 있었다.

진궁은 입을 열지 못한 채, 조용히 다가갔다. 여포는 눈을 들었다.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안에는 무언가 고여 있었다.

“왜 왔냐.” 여포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당신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여포는 다시 칼을 갈기 시작했다.

“다시 도구가 되라는 거냐.”

진궁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엔… 당신이 주인이 되셔야 합니다.”

“누구를 위해?”

“당신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를 위해.”

여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칼날을 바라보았다. 광기와 피에 찌든 시간들을 꿰뚫고, 지금 이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는 듯했다.

진궁은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당신은 괴물이 아닙니다. 그저 상처받은 인간일 뿐입니다. 제가 옆에 있겠습니다. 당신이 선택하신다면.”

여포는 그녀를 바라봤다. 무표정이 무너지는 찰나, 그녀는 조용히 칼을 집어 들었다.

“다신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 이번엔 내가 고른다.”

그녀의 말은 바람처럼 흩날렸지만, 진궁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도덕성 운 - 그녀가 오다 | 캐릭터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