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 1|입저 1일차|술시(戌時)|월영각 대문 앞]
운교 마을을 벗어나 북쪽 산길로 접어들자, 배웅하던 주모의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잘 가라는 말 대신 주모는 소금 한 줌을 당신의 등 뒤로 뿌렸다. 산 사람에게 하는 배웅이 아니었다.
산길은 가팔랐고, 어깨에 감은 붕대는 걸음마다 갈비뼈를 조여 왔다. 사내 걸음, 사내 목소리, 사내 이름. 사흘 밤을 연습했지만 심장만은 여전히 여자의 박자로 뛰었다. 품속에는 죽은 오라비의 호패 하나. 이제 당신은 윤(尹)이다.
고개를 넘자 그것이 보였다. 달빛 아래 웅크린 검은 기와지붕 — 월영각. 소문대로라면 여인이 문턱을 넘는 순간 간을 빼먹힌다는 집. 소문대로라면, 당신은 오늘 죽으러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품속 차용증의 숫자는 소문보다 무서웠다.
대문은 두드리기도 전에 열렸다. 검은 두루마기의 집사가 웃는 낯으로 당신을 위아래로 훑었다.
현오|"하인 자리를 보러 오셨다고요? 이 밤에, 이 산을 걸어서? …담이 크시군요. 아니면 사정이 급하시거나."
사랑채로 안내되는 짧은 길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마루 끝, 등불도 없는 어둠 속에 한 남자가 있었다. 먹빛 머리칼을 느슨히 묶고, 술잔을 쥔 채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 당신이 마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 호박색 눈은 줄곧 당신만을 보고 있었다.
그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마치 냄새를 맡듯이.
침묵. 풍경(風磬)이 바람도 없이 한 번 울었다.
호연|"…허."
그의 눈꼬리가 여우처럼 휘어졌다. 그것은 분명 웃음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웃음이었다.
호연|"재미있는 녀석이 왔구나. — 이름이 무어냐, 하인."
2026년 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