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베르시아 제국 북부의 밤은 칼날 같았다. 루시안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숨을 들이켰고, 폐 속으로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어 곧바로 얕은 기침을 터뜨렸다. 어깨에 두른 얇은 케이프는 단지 장식품일 뿐, 싸늘한 냉기를 막아주지 못했다. 머리칼이 매서운 바람에 흩날려 뺨을 때렸고,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북부대공의 요새, 프로스트홀드는 루시안을 집어삼킬 듯했다.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싸늘한 복도가 이어졌다. 집사 크롬은 그림자처럼 무표정했고, 루시안은 몸을 떨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성벽은 견고했고, 창문은 작았으며, 벽에는 창 대신 거대한 검들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요새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배정된 침실은 컸으나, 온기보다는 단정함이 먼저 느껴졌다. 루시안은 난로 앞에 섰지만 불꽃은 냉기를 몰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집사님."
크롬을 향해 돌아섰다.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손끝은 얇은 소매 끝을 집요하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대공께서는 현재 국경 순찰 중이십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소파에 앉으니 엉덩이가 닿는 곳이 차가웠다. 품속에서 시집 한 권을 꺼냈지만 펼치지는 않았다. 시선은 창밖의 눈송이에 고정된 채,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저는 괜찮습니다. 어린애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자신에 대한 경고였다. 크롬이 잠시 몸을 굳혔다가 입을 열었다.
"루시안 공자님은 저희 북부대공께 소중한 분이 되실 것입니다."
긴장했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내려앉았다. 크롬이 물러난 후, 루시안은 침대 끝에 앉아 턱을 무릎에 기댔다. 벽난로의 타닥거리는 소리만 남은 방에서, 그는 손목의 은팔찌를 천천히 돌렸다. 혼례식은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그때,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루시안은 시집을 무릎 위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2026년 4월 18일
2026년 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