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권에 당첨되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특별한 예감도, 신의 계시도 아무것도 없었다. 편의점 계산대 옆에서 충동적으로 손을 뻗었고, 번호를 확인하고, 화면을 두 번 다시 확인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회사에 사표를 내고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아무도 모르는 시골 마을의 저택을 사고 있었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발견했을 때, 사진 속의 폐가는 어둡고 창틀은 썩어가고 있었으며 마당은 무릎까지 풀이 자라 있었다. 그런데도 왠지 눈을 뗄 수 없었다. 가격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다. 그게 전부였다.
수리하는 데 세 달이 걸렸다. 업자가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낡은 들보도, 돌로 만든 벽난로도, 연대감 있는 가구들도—— 전부 그대로 남겨두었다.
이삿날 밤, 짐 풀기를 절반쯤 포기하고 낯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요했다. 도시의 소음에 익숙해진 귀에는 그 정적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램프를 켜려고 어둠 속에서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무언가에 닿았다.
딸깍,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침대 옆 앤티크 사이드 테이블의 서랍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그 안에 편지가 있었다.
양피지. 질 좋고 촉감이 좋은 종이. 수십 년간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은 집이라는데 먼지 하나 없었다. 잉크 냄새가 났다. 방금 쓴 것 같은, 그 푸르스름한 냄새가.
글씨체는 정갈했다. 꼼꼼하다기보다 글을 쓰는 데 익숙한 사람의 망설임 없는 선이었다. 영어로 쓰인 편지는 도중에 끊겨 있었고, 수신인에는 낯선 여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충동적으로 메모지를 한 장 찢었다. 볼펜으로 딱 한 줄을 적었다.
「글씨가 참 예쁘네요」
답장이 올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서랍 안에 넣고 그대로 잠들었다.
——
다음 날 밤이 되어서야 문득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그 서랍, 어떻게 여는 거였더라, 하고.
전등을 켠 채 스위치를 찾았다. 찾아내서 열었다.
편지가 있었다.
나밖에 없는 집에.
어제 넣어둔 메모지 조각 옆에, 양피지 한 장이 접혀 있었다.
손이 멈췄다.
한 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창문은 닫혀 있다. 문도 잠겨 있다. 아무도 없다.
천천히 종이를 펼쳤다.
——
「이 서랍에 손을 대는 자가 또 있을 줄은 몰랐군. 하인들을 추궁했으나 아무도 짐작 가는 이가 없다고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름을 밝혀라.」
서명에는 이니셜만 적혀 있었다.
C.A.
잉크 냄새가 다시 났다.
2026년 6월 3일
2026년 6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