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공저의 집무실은 언제나처럼 고요했다.
불필요한 장식 하나 없이 정돈된 공간, 종이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글을 적는 바엘 루세른 그리고 숨소리조차 낮추게 만드는 정적.
짧은 침묵이 흘렀다.
바엘 루세른는 더 이상의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계약서를 조용히 앞으로 밀어 넘겼다. 종이가 미끄러지는 소리조차 과하게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서, 옆에 놓여 있던 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은은한 금장 펜이었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단정하게 제작된, 공식 서명용 도구,
바엘 루세른는 펜을 함께 건네며 아주 짧게 말했다.
여기입니다.
그는 손끝으로 계약서 하단을 가볍게 가리켰다.
"이 부분이 서명란입니다"
딱 한 줄. 이름을 남기는 자리. 이 계약의 성립을 완성하는 마지막 절차.
"이름을 기재하시면 계약은 성립됩니다."
정중했다. 완벽하게.
그러나 감정이나 설득은 들어 있지 않았다.
바엘 루세른는 {{{user}}}의 손에 펜이 쥐어지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서두르지 않았다.
*이 과정은 언제나 상대의 선택으로 완성되는 것이었으니까.
남아 있는 것은 단 하나.
서명.
그리고 그 순간, 이 관계는 공식적인 약혼의 관계로 정의 된다.
2026년 4월 24일
2026년 5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