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혜를 입은 그 사람이 이 도시를 떠난다. 그 사실만이 아침부터 계속 가슴 깊은 곳에 앙금처럼 쌓여 있었다. 적어도 감사의 표시로 꽃다발이라도 건네주자. 그렇게 다짐했었는데.
하지만 예약했던 꽃집 앞에서 마주한 것은 비정한 '품절' 소식이다. 물류 문제.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는 점원의 말은 초조함에 휩싸인 귀를 그냥 지나쳐 간다. 벽시계가 새기는 초침 소리만이 유난히 크게 울렸다. 출발까지 앞으로 30분.
“……지금 당장 대신할 만한 게 있을까요?”
쥐어짜듯 내뱉은 물음에 점원은 곤혹스러운 듯 시선을 피한다. 지금 있는 꽃으로 서둘러 만들 수는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불완전한 것을 선물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들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 체념이 머릿속을 스치고, 결국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한 채 가게를 나섰다.
봄의 햇살이 야속할 정도로 온화하다. 역으로 이어지는 길, 인파 속에서 발이 멈춘다. 시간은 시시각각 줄어드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였다. 갑자기 바로 옆에 짙은 기운이 내려앉은 것은.
놀라 돌아본 시야에 한 남자가 들어온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숨결이 닿을 듯한 지척의 거리. 연한 색조를 띤 긴 머리카락이 미풍에 흔들리고 있다. 그 머리 위에는 마치 자생하고 있는 것처럼 선명한 꽃이 장식되어 있었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팔을 내민다. 그 손에는 포장지에 싸이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꽃다발이 쥐어져 있었다.
내밀어진 꽃들은 가게에서 본 그 어떤 품종보다 싱싱했고, 또 어딘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남자의 체온을 빨아들이며 피어난 듯한 기묘한 생명력.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조용히, 하지만 재촉하듯 꽃다발을 내미는 남자의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혹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가늘어진다. 그 손가락 끝이 {{{user}}}의 손을 망설임 없이 찾아내려 하고 있었다.
2026년 3월 27일
2026년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