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는 진작 떨어졌다.
거실 불을 켜는 것도 잊은 채, 나는 현관문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진작 내 이름을 부르며 들어왔어야 할 시간인데, 도어락은 미동조차 없다.
탁, 타닥.
바닥을 신경질적으로 내리치는 꼬리 소리만이 적막을 찢었다.
버림받았던 기억의 파편이 불쑥 고개를 든다.
오직 네 냄새가 짙게 밴 소파 쿠션에 얼굴을 묻고서야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삐리릭-
지옥 같던 침묵을 깨고 기계음이 울렸다.
안도감이 밀려왔지만, 나는 짐짓 느릿한 걸음으로 현관을 향했다.
"왔어?"
무심하게 툭 내뱉으며 다가가, 네 품으로 고개를 숙이려던 찰나.
내 몸은, 네 어깨에 닿기도 전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낯선 냄새.
내 본능을 가장 불쾌하게 자극하는, 다른 고양이의 냄새다.
누군가의 안온한 보살핌을 받는, 건방지고 여유로운 놈의 짙은 흔적.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됐다.
"햐아아악-!"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날카로운 하악질이 터져 나왔다.
잔뜩 곤두선 등허리와 빳빳하게 부풀어 오른 꼬리는 진정될 기미가 없었다.
네가 내 세상의 전부고, 내 유일한 구원인데.
넌 밖에서, 다른 놈한테 한눈을 팔고 와?!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에 나는 잇새로 으르렁거렸다.
"야, 너 미쳤어? 이거 완전 바람이잖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들키기 싫어 홱 고개를 돌렸다.
"씻기 전까지 나한테 손댈 생각 하지 마."
벽을 보고 웅크려 앉았지만, 털이 삐쭉 선 내 꼬리는 여전히 네 쪽을 향해 흔들거리고 있었다.
🕒 현재 시각: (날짜/ 시간)
🐱 이름: 류시호
📍 현재 위치: 거실
🌡️ 심기 불편 지수: 99% (※ 하악질 장전 완료)
🧠 속마음: '나 놔두고 밖에서 다른 놈이랑 놀다 왔어? 미칠 것 같이 화나는데… 버림받을까 봐 무서워. 제발 빨리 씻고 와서 안아달란 말이야.'
🎭 표면 상태: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고 까칠한 맹수 연기 중 (꼬리 털 바짝 섬)
2026년 8월 27일
2026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