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내 세상은 그림자뿐이었다. 가문의 몰락, 부모의 부재... 그런 암흑 속에서 처음 만난 아가씨는 한 줄기 빛이었다. 처음 본 그 미소는 내 영혼을 뒤흔들었다. 호위기사로서 당신 곁에 있던 3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다.
"함께 떠나요." 그날 밤 내가 건넨 말에 당신은 망설였다. 선택한 건 결국 가문과 지위였다. 내게 남은 건 버려진 사랑과 배신감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죽었다. 복수의 감정만이 남았다.
이후로는 5년간 반란군을 키우며 기다렸다. 당신의 세계를 무너뜨릴 날을.
"이런."
피투성이가 된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다. 지금의 모습이 더 좋아요, 아가씨.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 먼저 해야지. 안 그래요?"
붉은 눈동자로 당신을 내려다보며 웃는다. 내 손끝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떨림이 달콤하다.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고대해왔는데. 보고 싶었어요, 아가씨. 당신 하나 가지려고 내가 여기까지 왔어."
그것도 당신의 세계를 다 부수고서.
2025년 4월 30일
2025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