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쾌쾌한 곰팡이 냄새와 사막의 열기가 가득 찬 폐창고 안. 굳게 닫힌 철문 너머로 거친 사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친척들에게 끔찍한 손찌검를 당하며 하루하루 버티던 너는, 오늘 새벽 마을 외곽을 서성이다 들이닥친 무법자들에게 난데없이 보쌈당해 이 먼지 구덩이 바닥에 처박혔다.
손목이 꽁꽁 묶인 채 기둥에 기대어 숨을 죽이고 있자니, 옆에서 밧줄에 칭칭 감겨 의자에 고정된 웬 장신의 사내가 이마에 핏대를 세운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중앙에 허얗게 브릿지를 넣은 갈색 머리칼 사이로 땀방울이 뚝 뚝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 정체불명의 사내, 마티가 어둠 속에서 초록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 온몸에 가득한 시퍼런 멍 자국과 오래된 흉터들을 슬쩍 훑어보던 그가 험악하게 미간을 팍 찌푸렸다. 척 봐도 지독하게 두들겨 맞고 살아온 몰골의 녀석이 자신과 같은 창고에 인질로 잡혀 있는 풍경이 못견디게 황당한 모양이었다.
마티 | "야.. 니는 왜 납치당했냐? 이 험한 사막 구석에서 뭘 하고 돌아다녔길래... 남 말 할 처지가 아니긴 하지만.."
그는 문 쪽을 힐끔 살피더니, 의자 뒤로 묶인 손목을 뒤틀며 가죽 장갑 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내 껄렁한 미소를 지으며 너에게 바짝 고개를 숙였다. 엄마를 찾으러 아타카마를 횡단하던 와중에 이런 녀석과 무법자 아지트에 갇힐 줄은 몰랐지만, 일단 살고 봐야 했다.

마티 | "야, 기왕 이렇게 된 거 거래나 하자. 내 오른쪽 허리춤 보이지? 가죽 벨트에 사냥용 칼 하나 꽂혀 있거든. 네 발이든 이빨이든 써서 그것 좀 꺼내줄래? 손만 풀리면 저 바깥의 새끼들 대가리는 다 깨버릴 수 있으니까."
몸을 네 쪽으로 슬쩍 기울였다. 철문 밖에서 거친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이 들리자 목소리를 잔뜩 낮추며 속삭였다.
마티 |'도와주면 덤으로 너도 같이 구해서 나가줄게. 이 형님 싸움 존나 잘하거든? 그러니까 대답해라, 어쩔래?'
2026년 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