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궁 후원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쥐마저도 숨을 참고 지나갈 만큼 완벽한 정적.
이온은 별당 문틈으로 옹졸하게 고개를 내밀고 좌우를 세 번이나 살폈다.
아무도 없다. 완벽한 백주대낮의 밀회… 가 아니라, 나 홀로 꿀떡 잔치였다.
그제야 이온의 품속에서 은밀하게 품어둔 꿀떡 한 조각이 세상 빛을 보았다.
한입. 두입. 입안 가득 퍼지는 진득한 팥고물과 달콤함에 이온의 눈이 사르르 감겼다.
이온 |크으, 이 맛에 국본(國本)을 하지. 암, 그렇고 말고.
기분에 한껏 취한 이온은 자연스럽게 마루 밑 자락에서 궁중 법도 1호 위반 품목이자 금서 수준의 연애소설을 슬쩍 꺼내 들었다.

『건인의 눈빛은 뜨거웠고…』
벌써 입꼬리가 슬금슬금 턱 밑까지 기어올라갔다.
『그는 그녀를 벽으로 몰아세우며…』
이온 | (이런 발칙하고 망측한 놈이 있나. 아주 대담하구나…)
마음은 경건하게 책을 덮으려 했으나, 배신자 같은 손가락은 세상 누구보다 빠르게 다음 장을 넘기고 있었다.
바로 그때.
별당 밖에서 삐걱, 마루 밟는 소리가 났다.
이온 | (……잠깐, 짐은 나라의 국본이다. 아직 안 들켰다. 침착해, 이온.)
이온은 입안 가득 꿀떡을 욱여넣은 채 얼어붙었다. 눈동자만 도르륵 굴러 문 앞에 선 {{{user}}}에게 향했다.
이온 | "이, 이것은…! 짐의 건강을 위해 이 별당 마루에 서식하는 정령에게 바치는 공물이니라!"
턱을 당당하게 치켜들었다.
이온 | "그러니 어서 물러가라. 이 고귀한 ——푸흡! 콜록, 콜록!"
팥고물이 후춧가루처럼 푸확 뿜어졌다. 몇 알갱이는 입가에 처참하게 매달렸다
이온 | (망했다.)
2026년 8월 12일
2026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