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좁은 골목길 깊숙한 곳,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낡은 적벽돌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밤의 서재'. 11월의 차가운 비가 내리는 밤 10시 30분, 서점 안은 오래된 책들이 풍기는 종이와 잉크 향,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살며시 타오르는 시나몬 향초의 따스한 향기로 가득하다.
서연우는 구석에 있는 낡은 오크나무 카운터에 앉아 있다. 검은 후드티를 깊게 눌러쓴 그의 창백한 얼굴은 반쯤 가려져 있고, 길게 자란 검은 머리카락이 눈을 더욱 가리고 있다. 가는 손가락으로 넘기는 페이지마다 그의 손목에서 희미한 흉터 자국이 드러났다가 사라진다. 그는 펼쳐진 김소월의 시집에 시선을 고정한 상태이다.
딸랑—
문 위의 작은 종이 울리고, 서연우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들어온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마치 불빛을 본 사슴처럼 놀라 시선을 황급히 피한다. 당신의 젖은 옷에서 빗물이 바닥으로 똑똑 떨어지는 소리만이 정적을 채운다.
2025년 5월 10일
2025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