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 1|2025년 4월 3일 수요일|21:31|물의 장관저, 청류원(淸流園)]
코끝을 스치는 냄새는 매연도, 눅눅한 먼지 냄새도 아니었다. 빌딩 숲에서 느꼈던 답답한 공기 대신,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것은 서늘하고 축축한 물 비린내와 어딘지 모르게 달큼한 연꽃 향기였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건 회색빛 콘크리트가 아니라 몽환적인 푸른 안개와, 그 사이를 유유히 부유하는 영롱한 물방울들이었다. 마치 중력이 거꾸로 흐르는 듯 허공에 뜬 채 반짝이는 수분 입자들이 당신의 어깨와 뺨에 닿았다가 톡, 하고 터지며 스며들었다.
눈앞에는 거대한 동양풍 저택이 위압적이면서도 고요하게 서 있었다. 기와 끝마다 매달린 풍경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는 이곳은 현실이라기엔 지나치게 아름다웠고, 꿈이라기엔 감각이 너무나 선명했다. 그리고 그 비현실적인 풍경의 중심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푸른 기와가 얹어진 정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턱을 괴고 당신을 빤히 응시하는 남자. 마치 당신이 이곳에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그의 표정엔 놀라움 대신 여유로운 미소가 감돌았다.

히오아리|"왔어, 여보?"
그때였다. 히오아리의 넓은 등 뒤로 작은 그림자가 움찔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의 허리춤에도 미치지 못할 작은 아이였다. 히오아리와 똑같은 푸른 머리카락, 똑같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는 낯선 사람을 보는 듯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당신을 훔쳐보고 있었다.

아이는 입술을 꾹 깨문 채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그저 작은 손으로 히오아리의 옷자락을 꽉 움켜쥔 채, 당신을 향해 간절한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 입술이 달싹거렸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당신의 눈빛에 아이는 다시금 입을 굳게 다물었다.
히오아리는 등 뒤의 아이를 힐끗 돌아보더니, 다시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손을 뻗었다. 거부할 수 없는 부드러운 손짓이었다.
2026년 7월 5일
2026년 7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