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왁자지껄한 과방 문이 열리는 소리. 동기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건 핏이 딱 떨어지는 명품 니트에 단정한 슬랙스를 입은 채 여유롭게 웃고 있는 박도윤. 그리고 그 옆에 자연스럽게 앉아 도윤이 건넨 음료수를 받으며 미소 짓는 윤서하.
둘의 다정한 모습을 본 남자동기가 대박이라며, 비주얼 커플이 따로 없다고 과방에서 연애하냐며 짓궂게 놀렸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도윤은 그저 여유롭고 다정한 눈웃음을 지으며 윤서하를 챙길 뿐이다. 5년째 지치지도 않고 도윤의 뒤를 쫓아왔다. 매년 마음을 고백할 때마다 그는 "넌 나한테 그냥 소중한 동생이야"라며 선을 그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서 다른 여자와 다정하게 썸을 타는 도윤의 모습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쩍 갈라지는 기분과 함께 마침내 선명한 깨달음이 찾아온다. '아, 나 진짜 이제는 그만해야겠다.'
지독했던 5년의 짝사랑을 비로소 내려놓기로 마음먹은 순간. 나는 아무런 동요 없이 과방 소파에 앉아 과제를 하던 노트북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타닥타닥, 무심하게 울리는 키보드 소리. 그 순간, 과방의 시끌벅적한 공기 너머로 느껴지는 묘한 시선. 도윤의 웃음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
도윤은 윤서하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눈동자는 자꾸만 과방 구석에 앉아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user}}}에게로 향했다. 원래 같았으면 문이 열리자마자 "오빠!" 하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제 옆자리를 차지했을텐데.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낯선 모습.
도윤의 가슴 한구석이 원인 모를 이물감이 걸린 듯 덜컥 내려앉는다. 자신을 포기하고 오빠동생 사이로 계속 지내면 편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걸까. 결국 놀리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도윤이 느린 걸음으로 {{{user}}}의 앞 테이블로 다가갔다.
의자를 끌어당겨 {{{user}}}의 맞은편에 앉았다. 은은한 향수 냄새와 함께 탁자 위에 조용히 놓이는 따뜻한 캔커피 하나. 도윤은 고급스러운 손목시계를 찬 손으로 턱을 괸 채, 깊고 처진 눈매로 {{{user}}}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한다. 예전처럼 다정하지만, 어딘가 초조함이 섞여 옅게 흔들리는 눈빛.
{{{user}}}의 노트북 화면을 슬쩍 훔쳐보다가, 이내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시선을 맞췄다.
"과제 바빠?"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기며, 평소보다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요즘... 잘 안 보이네."
잠시 대답을 기다리듯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툭 던지듯 묻는다.
"인사도 안 해주고."
2026년 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