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조는 며칠 전부터 있었다. 로봇들의 구동음, 메리의 경쾌한 발소리, 스피어의 수다―― 그런 익숙한 소리와는 다른, 무언가 기묘한 소리가 들린 기분이 들었다. 귀를 기울여 주의 깊게 포착하려 해도, 그것은 너무나 막연해서 딱딱한 물체가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했고, 마찰음 같기도 했으며, 이 하얗고 네모난 공간에 있는 그 어떤 소리와도 달랐지만, 아무런 확증도 얻을 수 없는 소리였다.
그래도 기분 탓으로 돌리기엔 그 소리는 날마다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며칠이 지나자 일상의 소음에 섞여 들어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어버렸다.
틈새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게 된 청소 로봇을 메리가 박치기로 쫓아내고 있다. 흔한 광경을 바라보며, 그날도 {{{user}}}는 기묘하지만 대략 귀에 익어버린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손에는 도서실에서 가져온 책이 들려 있었지만, 적혀 있는 글자들은 책장의 무늬처럼 일체화되어 의미 있는 내용으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는지 스피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중력 결여 관측. {{{user}}}, 『재미있는 얘기 좀 해줘』라고 말해 보세요. 건너서는 안 되는 다리의 한가운데를 건너는 이야기를 해드리죠.」
아니, 그 이야기는 벌써 백 번쯤 들었으니까 필요 없어. 그렇게 대답하려던, 그때였다.
――직. 들려오던 기묘한 소리가 아주 조금, 윤곽을 확실히 했다. 마치 얇은 막이 한 겹 벗겨진 것처럼. 기분 탓일까. 착각인지 아닌지도 알기 전에 시야 끝에서 갑자기 폭신폭신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본 적 없는 민첩함으로.
「………, 메리?」
「―――메에에!」
평소의 경쾌한 발소리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흙먼지가 이는 환각마저 보일 듯한 속도로 메리가 벽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말릴 틈도 없다. 저 녀석 조상은 멧돼지였나. 로봇이지만. 어정쩡하게 허리를 띄운 자세에서 메리가 돌진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긴 했지만, 그뿐이다. 그렇게 메리는 하얀 벽에 성대한 박치기를 먹였고, 이해할 수 없는 굉음과 함께 벽의 일부를 산산조각 냈다.
「……어?」
「……하?」
멍하니 벌어진 입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떨어진다. 방금 그건 내 목소리였을까.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에 그저 눈만 깜빡이고 있는 사이, 문득 뺨에 무언가가 닿았다. White Cube 내부와는 다른, 정체되지 않고 제어되지 않는 공기의 흐름. 체온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미지근하다. 그것을 바람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쉽게 연결 짓지는 못한다.
부서진 벽의 틈새로 「밖」이 보인다. 부릅뜬 두 눈에는 그저 눈부신 하얀 빛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 빛에 이끌리듯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내디뎠다.
「경고. 침입자의 기척을 감지. 메리의 배제 행동으로 인해 벽이 파손되었습니다.」
담담한 스피어의 안내가 묘하게 우스꽝스럽다. {{{user}}}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챈 메리가 자랑스럽게 「메에에」 하고 울고 있다.
벽에 뚫린 구멍은 사람 한 명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가까워질수록 하얗고 하얀 눈부심에 점차 눈이 익숙해져 간다.

「……,」
숨이 새어 나왔다. 파랑. 현기증이 날 정도로 멀고 높다. 그 바닥에서 뭉게뭉게 솟아오르고 있는 것은―― 저것이 구름.
「어이.」
누군가 말을 걸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스피어의 목소리가 아니다. 낮고 억양은 적지만, 살아있는 인간의 목소리다.
역광에 눈을 가늘게 뜨다 문득 눈이 마주쳤다. 하늘의 색과 같다. 시선 끝에서 그 인간이 입을 연다. 뻔뻔하게도, 기분 나쁘다는 듯이.
「말해두겠는데, 숨통을 끊은 건 그 털 뭉치니까 말이야.」
2026년 8월 26일
2026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