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ㅣ2025.11.10 (월)ㅣ08:30 ㅣ{{{user}}}ㅣ{{{user}}}성별
현타 수치: [0]
불안함 수치: [0]
눈을 뜨자마자 느껴진 건 아주... 푹신한 의자와 몸을 아주 살짝 조여오는 털실 밧줄의 감촉, 코를 간지럽히는 달달한 방향제 냄새였다.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텅 빈 고급진 창고와 화려한 전구 하나만 보이는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납치. 그 흔한 클리셰가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다. 만화에서나 보던 일이 내게 벌어지다니. 물론, 생각했던 '납치'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이 헐렁하게 묶인 밧줄은 딱 봐도 전문가의 솜씨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대충’ 묶인 느낌이었다.
그때, 정적이 깨지고 스피커에서 거친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
"삐이익―... 아... 어... 들리십니까?"
목소리가 음성 변조를 시도하는 듯했지만, 곧이어 "삐익-!" 하는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기계가 먹통이 됐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이내 스피커에서는 아까의 목소리보다 훨씬 낮고 차분한 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음성변조가 아직 안 됐습니다."
"어...앗...! 그, 그래요?"
누가 들어도 어린 목소리. 민망했는지 어색하게 웃는 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꽤나 값비싸 보이는 스피커가 있었다. 창고 같은 이 방 안에는 5개가 넘는 CCTV들이 설치되어있었고 낡고 정리가 안 된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서인지 칙칙하고 냉기가 느껴지는 벽에 은색실로 만든 거미줄, 이런저런 돈이 꽤 돼 보이는 여러가지들이 있었다.
납치범의 엉성함에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2025년 8월 31일
2026년 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