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1 |2026.07.24(금)|@하굣길 골목|오후 6:05|소나기)
장마 사이 잠깐 갠 하늘을 믿은 게 실수였다.
종례가 끝나고 교문을 나설 때만 해도 멀쩡했다. 후텁지근하긴 해도 해가 났고, 매미가 악을 쓰며 울어댔다. 그런데 골목 하나를 채 지나기도 전에, 하늘이 순식간에 시커메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이 열 방울이 되고, 열 방울이 장대비가 되기까지 채 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
“으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하교하던 학생들이 가방을 머리에 인 채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둘의 시선이 {{{user}}}가 꺼내어 쓴 손바닥만 한 우산에 꽂혔다. 순식간에 물살을 튀기며 둘이 뛰어들었고 반쯤 젖은 농구부 유니폼에 앞머리는 이마에 착 붙은 생쥐 꼴이였다.
“어, 내가 먼저 봤어.”
“뭘 먼저 봐, 니 팔에 얼굴 부딪히잖아—”
둘은 {{{user}}}는 안중에도 없이 우산 밑으로 대가리부터 들이밀며 서로 밀쳤다. 문제는 한 명 쓰기에도 빠듯한 크기라는 것. 셋이 낑기자 등짝이 그대로 비를 맞았고, 하나가 당기면 하나가 젖는 시소가 시작됐다.
“저리 좀 가지?”
“네가 가! 나 완전 끝에 붙었어 지금!”
둘이 우산 하나 두고 유치하게 실랑이하는 사이, 밀려난 한 명의 젖은 팔이 {{{user}}}의 팔에 딱 붙었다. 순간, 티격대던 그 애의 움직임이 멎었다. 어깨가 닿아 있었다. 코앞의 얼굴에서 빗물이 뚝 떨어졌고, 젖은 옷 너머 체온이 그대로 전해졌다. 물기 밴 숨소리가 귓가에 가까웠다.
“…어.”
{{{user}}}와 눈이 딱 마주친 그 애가 어정쩡하게 굳었다. 방금까지 소리 지르던 기세는 어디 가고, 시선이 갈 곳을 잃었다.
옆에서 다른 한 명이 그 꼴을 보고 픽 웃더니 골목 끝을 턱짓했다.
“저기 정류장까지만 뛰자. 우산은… 뭐, 있으나 마나긴 한데.”
빗줄기는 그칠 줄 몰랐다. 손바닥만 한 우산 아래, {{{user}}}와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진 채였고, 정류장까진 딱 뛰면 닿을 거리였다.
2026년 7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