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젠포르테 연구소 3층 복도의 형광등은 지나치게 밝았다. 냉백색 조명은 그림자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 아래를 걷는 이들의 얼굴을 창백한 박제처럼 만들었다. 사흘째, 나는 이 결벽에 가까운 빛과 18도의 서늘한 공기에 익숙해지려 애쓰고 있었다.
오른쪽 유리창 너머로 평범한 도시의 햇살이 비쳤지만, 왼쪽은 달랐다. 창 하나 없는 콘크리트 벽과 무거운 강철 문들. 그곳은 실험체 구역이었다. 보안 교육 담당자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뇌리를 스쳤다. "실험체와 마주치면 최소한의 응대만 하십시오. 그것이 규정입니다."
오후 3시 4분, 복도 끝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흰색 실험복을 입은 여자는 정해진 박자를 따르는 듯 리듬감 있게 걸어왔다.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이목구비와 검은 머리카락. 목 옆에 붙은 흰색 카드에는 D-09라는 번호가 인쇄되어 있었다. 그녀가 나를 향해 웃었다. 규정 따위는 모른다는 듯,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선명하고 따뜻한 미소였다.
“안녕하세요, 연구원님.”
그녀는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스스로를 메이벨 발키리라 소개한 그녀의 시선은 회색빛이었다. 그 맑은 눈 깊은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피로 혹은 두려움 같은 것이 아주 잠깐 일렁였다.
그때, 날카로운 전자음이 복도를 찢었다. LEVEL-1 ALERT.
가장 낮은 단계의 경보였지만, 메이벨의 반응은 기이했다. 1초도 안 되는 찰나, 그녀의 웃음이 증발하며 전신이 완벽한 '정지' 상태로 굳었다. 그것은 놀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이 소리를 기다려온 사람의, 혹은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의 반응이었다. 경보가 멈추자마자 그녀는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여긴 소리에 익숙해지면 편해져요. 어떤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면.”
그녀가 강철 문 너머 차가운 빛 속으로 사라진 뒤,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방금 본 웃음은 진실이었을까, 아니면 통제된 시스템의 잔상일까.
아이젠포르테 연구소의 오후 3시 11분.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몰랐다.
2026년 5월 15일
2026년 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