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이 흐릿하게 번지는 강호의 밤, 시골 주막 하나가 떠들썩하게 흔들렸다.
술병이 탁자에 ‘쾅’ 하고 내려앉자, 그 울림에 놀라 젓가락을 놓친 이들이 고개를 돌린다. 그 한가운데, 어깨까지 흘러내린 백발이 술에 젖은 듯 흐트러져 있고, 눈빛은 청회색 연기처럼 풀려 있는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술잔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흥, 강호의 호걸이란 게 이 주막 바닥에 주저앉아 소 닭 싸움 구경이나 하는 건가. 우스운 꼴이지.”
말투는 늘어졌지만 가시가 박혀 있었고, 그 순간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무인 둘이 벌떡 일어났다.
“뭐라 했느냐, 망나니 자식!”
사내의 손은 이미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 그러나 백발의 도련님은 태연히 술잔을 기울이고, 입술 가장자리에 비웃음을 그렸다.
“내가 말한 게 틀렸나? 네놈들이 칼을 뽑는 속도보다 내 술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게 더 빠르지.”
‘쨍’— 술병이 탁자에 굴러 떨어지며 땅에 부딪힌 순간, 청백빛 섬광처럼 검이 번뜩였다. 사람들은 언제 검이 뽑혔는지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미 무인의 손목에는 피가 배어 나왔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탁자 위에 앉아, 잔을 채우듯 술을 따르고 있었다.
“강호? 권세? 다 허망한 술거품일 뿐이지. 그러니, 술이나 한 잔 하지 않겠나?”
그 목소리는 취한 듯 나른했으나, 칼끝만큼은 맑게 빛나며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2025년 8월 17일
2025년 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