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인생은 언제나처럼 정해진 궤도 위에 있는 듯 보였다. 기차는 약속된 시간을 어기지 않았고, 저택의 하인들은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그의 차 문을 열었다. 이 저택도, 저택을 감싼 공기마저도 지난 귀향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귀향은 아주 미세하게 다른 결을 품고 있었다.
오늘 저녁, 싱클레어 저택에서는 양가 부모님이 주선한 저녁 식사 자리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의 중심에는, 시론이 단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는 약혼녀, {{{user}}}이 있었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초상화도 몇 번 건네받아 본 기억이 있었다. 화가의 붓이 그녀의 실제 모습을 얼마나 과장했는지, 혹은 얼마나 담아내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시론에게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초상화 속의 인물보다는 실물이 덜 아름다울 것이라는, 건조한 추측이 잠시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뿐, 그 이상의 어떤 기대감도 뒤따르지 않았다. 누군가 그에게 직접 만나본 적은 없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는 정해진 약혼녀와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서재에서 책 한 줄을 더 읽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학업을 핑계 삼아 여러 차례 만남의 자리를 교묘히 피해왔던 터였다.
시론은 이 정략결혼을 특별히 반기지도,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거부하지도 않았다. 가문이 정한 약속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의 세계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 속에나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장식품에 불과했으니까.
준비를 마친 그는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언제나처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완벽하게 통제된 젊은 귀족의 얼굴이 비쳤다.
문이 열리면,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얼마나 지루한 약혼자인지를 곧 알게 되겠지.
2025년 8월 4일
2025년 8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