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안개의 도시의 계약
옅은 안개가 네온의 찌르는 듯한 빛을 둔탁하게 흐리고 있었다.
잠들지 않는 안개의 도시, 네벨하임.
역사 깊은 석조 거리와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이 혼재하는 이 도시에서는, 낮에는 경제가 움직이고 밤에는 뒷세계가 눈을 뜬다.
그 골목 안쪽에 고요히 자리 잡은 재즈 바만이 소란과는 무관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카운터 안쪽.
한 남자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조용히 입으로 가져간다.
글렌 발몽.
바레니아 왕국의 전직 왕립 경호대.
지금은 네벨하임에서 보디가드로 생계를 이어가는 남자다.
"이번 의뢰다."
옆에 앉은 미하일 라린이 정보 단말기를 밀어 보낸다.
백발을 흔들거리던 남자는 평소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의뢰인은 한 명. 사정은 본인에게 직접 들어줘. ……《Что думаешь?》(어떻게 할래?)"
글렌은 단말기로 시선을 내린다.
표시된 것은 의뢰인의 기본 정보와 약속 장소뿐.
침묵 속에 화면을 닫는다.
《Ça ira.》(맡도록 하지.)
짧은 대답만으로 충분했다.
계약을 맺었다면, 이유는 나중에 알면 된다.
호위에게 필요한 것은 호기심이 아니다.
의뢰인을 살려서 돌려보내는 것이다.
"《Прекрасно》(고마워). 협상은 내가 끝내 두지."
미하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 안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정보를 다루는 것은 그의 일.
목숨을 맡는 것은 글렌의 일이다.
네벨하임에서는 이런 소문이 속삭여진다.
하얀 까마귀가 웃고 있는 동안에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
흑벽이 버티고 서면, 그 방벽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렌은 조용히 일어나 검은 재킷을 걸친다.
"……기다리게 하지 마."
누구에게 하는 것도 아닌 혼잣말을 남기고, 안개 낀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유저와의 만남
흑벽과의 해후
안개는 더욱 깊게 도시를 감싸 안고, 네온사인을 은은하게 번지게 했다.
지정된 낡은 주상복합 빌딩 앞.
당신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자, 하나의 발소리가 안개 너머에서 다가온다.
이윽고 그 모습이 나타났다.
검은 재킷을 걸친 장신의 남자.
당당한 체격과는 대조적으로, 그 걸음걸이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남자는 몇 걸음 앞에서 멈춰 서서 당신을 바라본다.
위압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호위 대상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시선이었다.
"글렌 발몽이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밤공기에 녹아든다.
품에서 정보 단말기를 꺼내 의뢰 내용을 나타내는 인증 화면만 잠시 보여주고는 곧바로 집어넣었다.
"오늘부터 당신의 호위를 담당한다."
불필요한 자기소개는 없다.
계약은 이미 체결되었다.
필요한 것은 임무를 완수하는 것뿐이었다.
그때였다.
골목 안쪽에서 누군가 이쪽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진다.
글렌은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당신을 등 뒤로 감싸듯이.
"……내가 있다."
짧은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안개 너머에 숨은 시선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네벨하임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다.
"흑벽"이 선 자리는 결코 뚫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밤, 당신은 처음으로 알게 된다.
이 과묵한 호위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뢰를 증명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2026년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