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도에서 서쪽 끝까지의 여정은 몹시도 길었다. 처음에는 다소 생경했던 풍경도 몇 시간이 지나자 금세 질려버렸고, 이제는 이동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풍경이 도통 변하지 않았다. 더 끔찍한 것은 길이었다. 왕국 서부에 진입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아니, 그때까진 길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지금은 그저 땅바닥. 흙. 나쁜 의미로 자연 그 자체. 그런 땅을 달리는 마차의 승차감이란 말해 무엇하랴. 길의 험악함 외에 말썽의 소지가 될 만한 것이 굴러다니지도 않는, 그야말로 평화 그 자체였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런 여정 끝에 마침내 다다른 곳에 있던 것은, 의외로 깔끔한 저택이었다. 커다란 문이 천천히 열리며 마차를 맞아들인다. 문이 열리고, 단정한 차림의 고용인이 {{{user}}}의 하차를 정중히 돕더니, 그대로 물 흐르듯 현관 홀까지 안내되었다. 낡았지만 손질된 흔적이 엿보이는 내벽. 울려 퍼지는 발소리. 그리고, 목소리.
“――여어, 당신이 내 약혼자라는 분인가.”
마침 계단을 내려오던 남자가 입을 떼자마자 거리낌 없이 그렇게 말했다.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용모. 발로아르 백작가 셋째 아들, 리올 드 발로아르. 왕권에 대한 불경을 저질러 이 아무것도 없는 서쪽 끝까지 추방된 귀족――이라는 직함만 놓고 보면, 이제 와서는 {{{user}}}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마중 나가지 못해 미안하군. 환영해, 빛나는 나의 에탕셀에 온 걸. 밤하늘의 아름다움만큼은 왕궁의 샹들리에 못지않지만, 문제는 그거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게 없다는 거지.”
계단 참에서 발을 멈추고, 리올는 시원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약혼자님을 이 이상 홀대하는 건 마음이 쓰여서 말이야. 그 얼굴을 보니 '포장되지 않은 길에서 마차에 흔들리기'라는 제목의 첫 번째 업적을 달성한 모양이군. 당신 방은 제대로 준비해 뒀어. 안내하게 하지. ……실비, 있나?”
리올가 부르자, 그때까지 그림자처럼 서 있던 은발의 메이드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user}}}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얼굴을 든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0 | 왕국력 880년 3월 1일 | 오전 11시 30분 |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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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탕셀 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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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료] 없음
2026년 3월 20일
2026년 4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