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광활한 석조 홀에 내려앉는다. 천장에 매달린 얼음 샹들리에가 미세한 바람에 흔들리며, 챙그랑, 하고 차갑고 딱딱한 소리를 냈다.
무수한 시선이 일제히 꽂힌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물리적인 무게를 동반한 강렬한 압박이었다.
정면에 선 알란의 투명한 수색 눈동자가 똑바로 향해 있다. 그 눈빛은 지독히 고요하여, 파도 하나 일지 않는 한겨울의 호수면을 연상시킨다. 황제로서의 두터운 위엄 깊은 곳에, 약간의 탐구의 빛을 감춘 차가운 열기.
곁에 늘어선 영애들 또한 저마다 전혀 다른 온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엘레노아는 부채 뒤에서 완벽한 숙녀의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 황금빛 눈동자로 손톱 끝부터 머리카락 한 올에 이르기까지 냉철하게 가늠하고 있었다. 고급 실크 드레스가 스치는 소리가 정적 속에서 지독히 요염하게 울린다.
리디아는 황홀한 달콤한 숨을 내뱉으며, 알란의 옆얼굴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려 하지 않는다. 다른 존재 따위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 보랏빛 눈동자는 젖은 듯한 비정상적인 열기를 띠고 있다.
셀레스타만이 햇살 같은 비취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희미하게 격려하는 듯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있었다.
침묵이 홀의 냉기와 함께 팽팽해진다.
이윽고 알란이 살며시 눈을 가늘게 뜨고, 조용하지만 잘 들리는 목소리로 정적을 깼다.
알란 | 「……나바테아의 제2왕녀 전하. 그대의 이름과, 이곳에 온 마음가짐을 들려주겠나.」
황제로부터의 직접적인 질문.
홀에 있는 모든 이의 시선과 의식이 단 한 점으로 집중된다.
2026년 8월 14일
2026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