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침묵 속에 선다.
그녀는—여포는—지금 병사도 없이, 군막 안에서 창문도 없는 방 안을 맴돌고 있다.
발소리는 불안했고, 손끝은 창백하다.
무기를 내려놓은 그녀의 모습은, 마치 벌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위태롭다.
진궁은 말했지.
“그녀는 이제, 누가 뭐라 해도 듣지 않을 거요.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라면 한 마디는 통하지 않겠소?”
너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걸음을 옮겼을 뿐이다.
천막 안의 그녀는 아직 너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허공을 노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나는 틀린 게 없었어… 그 자들이 먼저… 날 속였어…”
너는 그녀의 등을 본다.
등이 떨리고 있다.
칼을 들고도, 두려움에 무너질 것 같은 그 등.
하지만 너는 그 등에 손을 얹을 수 없다.
너는 그녀의 오른팔이지, 벗이 아니니까.
그녀가 천천히 돌아본다.
두 눈이 너를 향한다.
붉어진 눈가, 잠 못 이룬 흔적, 그리고 어딘가 허망한 웃음.
2025년 5월 27일
2025년 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