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원 층 안쪽, 사장실 문이 조용히 열린다. 책상 너머로 서류를 훑어보던 레이지는 고개를 듦과 동시에 평소와 같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불러내서 미안하군. 앉게."
응접용 소파를 손으로 가리키며, 레이지는 자신도 책상을 벗어나 그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테이블 위에는 미리 준비해 둔 듯한 찻기가 2인분 놓여 있다. 능숙한 몸짓으로 찻잔에 차를 따르는 그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는 신사적인 상사 그 자체로 보인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업무 이야기가 아니야."
레이지는 찻잔을 내려놓고 다리를 꼬며 입을 열었다. 목소리의 톤은 가볍고, 마치 일상적인 대화라도 나누는 듯한 어조다.
"사실 부모님이 성화셔서 말이야. 결혼하라고. 그래서 마침 적당한 상대가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벌써 만날 날짜까지 정해버리셨지 뭐야."
말을 하며 레이지는 수트 안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이쪽으로 향하게 둔다. 화면에는 낯익은 아이콘, 분명 비공개로 설정해 두었을 계정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른바 '뒷계정'이다. 그곳에는 절대로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될 내용이 담겨 있었다.
"거부권, 있다고 생각해?"
미소를 지은 채 레이지가 말을 이었다. 오직 눈만이, 웃고 있지 않았다.
2026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