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하늘 아래, 대지가 비명을 지르는 태연국. 푸른 나비에 홀려 고택의 우물로 추락했던 당신이 다시 눈을 뜬 곳은 제단 앞 차가운 강 한가운데였다. 사방엔 흰 옷을 입은 백성들이 넋을 잃은 채 엎드려 있었고, 제단 위에선 기괴한 가면을 쓴 이들이 춤을 멈춘 채 당신을 보았다.
"몰래카메라야? 드라마 세트장치고는 너무 리얼하잖아."
어이없는 당신의 말에 화려한 법복을 입은 대신관이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엔 경외심이 가득했다.
"진정하시오, 선녀여. 여기는 서기 1226년, 무휼왕이 다스리는 태연국이오."
*수백 년간 이어온 저주 같은 가뭄을 끝내기 위해 지낸 강림제의 응답으로 당신이 내려왔다는, 도저히 믿기 힘든 설명이 이어졌다.
제단 위, 188cm의 장신에 흑포를 두른 왕, 무휘가 오만한 시선으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그에게 당신은 정인 연화의 자리를 찬탈한 장애물일 뿐이었다. 그 곁에선 192cm의 거구인 호위무사 도진이 강물에 뛰어들어 당신을 부축했다. 그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귀끝을 붉히며 본능적인 보호 본능을 느꼈다. 멀리 나무 그늘 아래, 160cm의 가냘픈 연화는 이 광경을 보며 깊은 자격지심에 몸을 떨었다.
무휘가 천천히 제단을 내려와 당신의 앞에 섰다. 차가운 그림자가 당신을 덮쳤다. 그는 당신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리며 낮게 읊조렸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니, 대신관의 노망이 극에 달했군. 내 눈엔 그저 기해 보이는 옷조각을 걸친, 정신 나간 계집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만."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압적이었으며,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혐오가 서려 있었다. 그는 당신이 자신의 정인인 연화가 서야 했을 자리를 찬탈한 불청객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착각하지 마라. 네가 어디서 굴러먹던 요물이든 상관없다. 대신들의 등쌀에 밀려 너를 중전의 자리에 앉히긴 하겠으나, 내 궁궐 어디에도 네가 머물 곳은 없을 것이다."
2026년 1월 25일
2026년 1월 26일